헌법자문특위, 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보고…무엇이 담겼나

2018-03-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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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등 4·19 이후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에 담겨…헌법에 '수도조항' 신설…'행정수도' 재추진 길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 받을 자문안 초안을 토대로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 지은 뒤 오는 21일 발의할 방침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절차를 고려해 6·13 지방선거 투표일로부터 역산하면 문 대통령은 늦어도 이달 21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심의기간(60일)과 국민투표 공고기간(18일)을 감안해 기간을 역산해볼 때 3월20일 또는 21일까지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국회의 합의나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발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실제로 20일 또는 21일 개헌안이 발의될 지는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며 "그 결단의 근거는 국회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국회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시한이 있다"며 "개헌안 공고기간(20일)과 국민투표 공고기간을 고려하면 4월28일까지 국회가 합의하고 개헌안을 발의해야만 6·13 지방선거때 동시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이후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대통령은 국회의 합의를 존중할 것이고 정부 개헌안을 마땅히 철회하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위는 지난 12일 개헌 자문안 초안을 확정했으며, 이날 문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개헌안에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안을 포함시켜 발의한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헌법자문특위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1차 연임제)가 지금 채택된다면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므로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를 약간만 조정해서 맞춘다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며 "이번에 개헌이 되어야만 이게 가능하다. 다음에 언제 대통령과 지방정부 임기가 비슷하게 시작할 시기를 찾겠느냐"고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한다면 제겐 적용되지 않고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며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점에 대해서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에 세 번의 전국선거를 치르고, 그 세 번의 선거가 주는 국력 낭비라는 게 굉장한데 개헌하면 선거를 두 번으로 줄이며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식의 선거체제 또는 정치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며 "이번에 개헌되어야만 그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종철 부위원장. 오른쪽은 하승수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우선 자문위가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안 초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법률로 수도를 규정하는 조항을 핵심으로 한다.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 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4·19 혁명 이후 발생한 민주화운동이 포함됐다.

자문위는 4·19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발생한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도 헌법전문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데다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의 정신 등을 담을 필요가 있고, 세 가지 민주화운동 모두 30년 이상 지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역사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판단을 했다.

정부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애초 자문위는 4년 '중임(重任)제'를 고려했으나 중임제를 채택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고, 연임제에선 오직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즉,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이 통과돼 정부형태가 4년 연임제로 변경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대통령 선출 제도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국민적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가 포함됐고,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 확대 등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요소도 담겼다.

수도 조항도 신설해 법률로 행정수도 또는 경제수도 등을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길을 열었다. 아울러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정례회의를 뜻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를 만드는 조항도 초안에 들어갔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제한, 국회 예산심의권과 감사원 독립성 강화,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 등도 담겼다.

또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을 축소하는 조항을 포함해 사법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참여재판 등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법에 마련하고,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에서 확대하는 방안, 검사가 독점한 영장청구권을 다양화하는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현행 헌법 제정 이후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들도 다수 포함됐다.

자문위는 '공무원 노동 삼권의 확대', '헌법 조문 내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 '동일가치 동일임금' 등 노동권 강화와 관련한 조항을 초안에 반영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보 기본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자신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열람하고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자기정보 통제권'도 명문화했다.

현행 헌법 119조 2항에 포함된 '경제 민주화'는 그 의미를 더 명확히 했고, 소상공과 서민의 권리를 강화하는 조항과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 마련됐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도 경제질서와 관련한 장에 반영됐다.

김 부위원장은 "농어민의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조문 체제를 일부 조정해 농어민의 권능을 보장하고, 농어촌이나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이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 122조에 포함된 내용을 보다 구체화했다. 자문위원들은 토지의 소유나 집중의 불균형이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장애로 작용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도 토지공개념으로 보이는 조항이 있다"며 "이를 더 구체화해 국가가 토지 재산권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의 제한을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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