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속에서도 중국에서 이익 규모를 77% 이상 끌어올린 한·중 합작 기업이 있다.
SK와 시노펙의 합작품인 중한석화는 중국 중앙정부도 주목하는 고효율·친환경 경영의 모범 사례다. 오는 2020년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중국 내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등 사업장 소재지인 후베이성을 넘어 전국구 스타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3일 중국 양쯔강(長江) 중류의 후베이성 우한에서 동남쪽으로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중한석화 나프타 크래커(NCC) 사업장.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97만5200㎡ 부지의 공장에서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이 쉴새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소재·섬유·합성고무 등의 핵심 원료다.
중한석화는 지난 2013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35대 65의 비율로 함께 설립했다.
2000년 중국이 석유화학 시장을 개방한 뒤 아시아 지역 기업으로는 첫 합작 사례다.
김규성 중한석화 기술관리부장은 "시노펙이 기존 합작 파트너인 엑손모빌이나 BP, 사빅 외에 SK와 손을 잡은 것은 설비 운영 노하우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중한석화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시노펙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한석화는 가동 첫 해인 2014년 1억8000만 위안의 세전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5년 22억6000만 위안, 2016년 20억7000만 위안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세전이익은 36억4000만 위안(약 6188억원)으로 전년대비 77% 급증했다. 이원근 부총경리는 "안정적인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7400억원 규모의 증설 계획을 확정했다"며 "시노펙 이사회도 적극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80만톤 수준인 에틸렌 생산량을 2020년까지 110만톤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모회사인 SK종합화학의 에틸렌 생산량을 능가하는 수치다. 증설이 완료되면 중국 내 2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고효율·친환경 각광, 中 중서부 발전 견인
겉으로 드러난 실적보다 더욱 각광을 받는 것은 고효율·친환경 경영 방식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구조 변화를 시도 중인 중국 정부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중한석화의 전체 임직원 수는 1000여명으로 같은 규모의 사업장과 비교하면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50년간 SK가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1인당 생산성 등 경영 효율 측면에서 시노펙의 11개 자회사 중 1위에 올랐다.
친환경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양자강에서 시간당 2000톤의 산업용수를 가져다 쓰고 정화해 배출하는데, 정화조에 잉어 등 물고기가 서식할 만큼 깨끗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해소돼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하는 정례 행사까지 개최할 정도다.
무엇보다 중국 동부 연안에 몰려있는 다른 석유화학 기업과 달리 낙후한 중서부 지역에서 산업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는다. 중국 정부도 SK의 우한 진출 의지를 접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중한석화가 생산한 제품의 주요 공급 지역은 후베이성을 비롯해 후난성, 안후이성, 장시성, 허난성 등이다.
이 부총경리는 "증설을 결정한 것도 이 지역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부 연안보다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중서부 내륙 지역의 경제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한석화의 성공적 안착으로 SK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시노펙 등과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공동 추진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