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의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며 2015년부터 이어져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은 동생인 신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전날 그가 예상치 못하게 법정구속되면서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회사로,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씨에 대한 유죄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라는 입장자료를 통해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 배임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서 있어서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재계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던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경영권 복귀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 엄격한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관례다. 이에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홀딩스 측에 이번 사건 등에서 반드시 ‘무죄’를 받아낼 것이라며 경영원 다지기를 해왔다.
그러나 막상 신 회장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자, 일본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광윤사 대표인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의 뜻’이란 명분을 앞세워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쓰쿠다 사장이나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신 회장의 측근 인사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롯데는 14일 오후 임시 사장단회의를 개최,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했다.
비상경영위는 황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허수영 화학BU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이원준 유통BU장 등이 주축이 돼 그룹 주요 현안 등 경영활동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황 부회장은 이날 각 계열사 대표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설 명절을 맞아 협력사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궁금한 점을 설명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