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성의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또 다시 글로벌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이 인간과 원숭이를 상대로 배기가스·유해물질 흡입 실험을 후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것.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논란이 된 실험은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었다면서 직접적 책임에서 거리를 두는 한편 해당 스캔들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폭스바겐은 앞으로 동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토마스 슈테크 수석 로비스트는 30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지에 “우리는 앞으로 동물 실험을 전면 중단해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 역시 성명을 내고 "해당 실험을 강력히 비판한다. 연구 방법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임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실험을 진행한 기관이 이들의 후원에 의해 운영된 만큼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지난주 뉴욕타임즈(NYT)가 2014년 원숭이를 대상으로 배기가스 실험이 진행했다는 내용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NYT는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한 민간 의학연구소가 EUGT의 의뢰를 받아, 밀폐된 공간에 원숭이 10마리를 가둬 놓고 하루 4시간씩 폴스크바겐 비틀의 배출가스를 맡게 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비윤리적 실험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29일에는 독일 유력 매체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추가 폭로까지 나왔다. EUGT가 인간에도 유해물질 흡입 실험을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EUGT는 아헨대학병원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이산화질소를 단기 흡입할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헨대학병원 측은 “실험은 지극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으며 실험 대상자의 건강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정부 당국이 사실을 알고 묵인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녹색당의 브리타 하젤만 당수는 “연방 정부가 자동차 업계의 비도덕적 관행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으며 공적 자금을 얼마나 투입했는지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글로벌 독일 자동차업체를 둘러싼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이 미국의 환경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했다고 발표하면서 '디젤게이트'가 몰아친 바 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은 약 250억 달러(약 27조원)의 보상금과 벌금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