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계기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업체들은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과 협력해 시범서비스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5G 기기의 조기 상용화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5G 이동통신은 현재 상용화된 4세대(4G) LTE망보다 수십 배 가량 빠른 데이터 속도를 낼 것으로 평가받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높은 안정성과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혁신 분야에서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은 2009년이 되어서야 3G 이동통신망 허가를 내줬다. 초기에 주춤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2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중국 정부는 네트워크 표준에서 선점해야만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자체적인 4G 통신망 표준을 만들기로 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어 2013년에는 TD-LTE/FDD-LTE라는 혼합식 독자 표준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보급했다.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ZTE(中興), 화웨이(華爲), 샤오미(小米) 등 중국 업체들은 이 네트워크 표준을 기반으로 중저가 모바일 기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업체들의 아성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애플을 제외한 모든 해외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내수 점유에 만족하지 않고 5G 기술을 선점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화웨이는 오는 2020년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 선점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09년 이후로 중국 각 지방정부, 연구조직과 함께 5G 상용화 시스템 연구를 추진했다. 화웨이의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총 450억 달러(약 48조원)에 이르며, 전세계 15곳에서 글로벌 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한 5G 코어 네트워크 기술 검증 테스트를 16일 마쳤다. 더불어 중국의 5G 상용화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에서도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이터 속도를 자랑하는 4.5세대(4.5G)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10프로'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상반기까지 5G 상용화 기술검증을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정식으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ZTE는 지난 2016년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유선장비, 무전기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모바일 기기, 5G 기술 등 신사업에 집중도를 높여왔다.
ZTE는 2015년부터 5G 통신장비 선점을 위한 R&D 투자를 대폭 늘렸고 2016년 12월에는 터키의 주요 통신장비 제조업체 네타스를 인수했다. ZTE는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 10%로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차이나모바일과 협력해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모바일 인터넷,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접목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퀄컴과 ZTE 및 차이나모바일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새로운 무선 접속 글로벌 표준 기술인 5G 뉴 라디오(NR)에 대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청리신(程立新) ZTE 모바일사업부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올해 말 5G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정식 선보일 계획”이라며 “구체적 일정은 협력사의 칩셋 공급 시기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통신장비 시장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 머물렀던 중국의 모바일 산업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5G 시대에 세계 스마트폰 패권의 중심으로 부상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