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터넷기업을 중심으로 불던 중국 민영은행 설립 붐이 급격히 식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민영은행 설립 규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야바오약업(亞寶藥業)이 지난 13일 저녁 산시(山西)성 퉁창(同昌)은행 설립 관련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야바오약업은 공시에서 민영은행 최저 등록자본금 요건이 20억 위안(약 3300억원)으로 높아진 게 절차 중단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민영은행 설립 열기가 수그러든 것은 최근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 규제 고삐를 조인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P2P(개인 간) 대출, 온라인 소액대출 등에 잇달아 철퇴를 가하는 등 금융리스크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민영은행 설립 심사 기준도 까다로워진 것.
중국 은행을 관리감독하는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는 민영은행 설립 붐이 한창 일었던 2015년 6월 ‘민영은행 발전 촉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민영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 최근 3년 회계연도 연속 순익 달성, 연말 배당후 기준으로 순자산이 총자산의 3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내걸었지만 민영은행 최저 등록자본금 요구조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산시(山西), 산시(陝西) 등 일부 지방 은행당국에서 속속 민영은행 설립 최저 등록자본금 20억 위안 이상, 주요 발기인 순자산 100억 위안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나선 것이다. 자본금 인상을 통해 리스크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쩡강(曾剛)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은행연구실 주임은 "은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자본금 투입이 필요하다"며 "당국이 민영은행 설립 주요 발기인에 대해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민영은행 설립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당국의 민영은행 설립 심사도 점차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영은행 설립 컨설팅업체인 중상(中商)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민영은행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118곳이다. 하지만 최근 7개월간 당국이 개업을 허가한 민영은행은 7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한 민영은행 부행장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당국이 민영은행 설립 심사 허가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며 향후 몇년간 아예 허가하지 않거나 소량만 허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당국이 민영은행 설립 심사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2014년 소수 국유은행의 독점으로 낙후된 금융시장에 변화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민영은행 설립을 허가했다. 민영은행 출범 3년째를 맞은 오늘날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설립한 '웨이중은행(微衆銀行, 위뱅크)', 알리바바가 설립한 '왕상은행(網商銀行 마이뱅크)' 등 모두 16개 민영은행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