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유금융'의 위력②]금융 패러다임 급속한 변화

2017-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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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꺾은 다윗… '공유금융' 위력에 4대은행 '활로 찾기'

공유금융, 모바일·인터넷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 돌리는 연료 역할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脫금융' 선도에 기존 은행들도 혁신책 부심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정어리들이 천적인 메기를 보면 더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유래됐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한국 금융권에도 ‘메기’가 있고, 중국 금융권에도 ‘메기’가 있다. 둘은 같을까 다를까.
한국 금융권에서 ‘메기’의 충격은 확실히 컸다. 여기서 메기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불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다.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파격적 금리와 간편함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폭발적 인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오픈한 케이뱅크에 이어 7월 27일 탄생한 카카오뱅크는 불과 2개월여 만에 대출이 2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흥행은 기존 은행들에게 ‘혁신’이면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점포와 은행원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를 높이고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지출 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금리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간편함이다. 스마트폰으로 가입해 계좌를 만드는데 5분 남짓 걸린다. 대출도 간단하다. 상담원의 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 몇 번의 클릭이면 된다. 대출을 위해 서류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도 없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도 없다.

그렇다면 중국 금융권 ‘메기’는 어떨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중국 메기의 이름은 ‘공유금융’이다. 공유금융은 ‘모바일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포괄적 금융(inclusive finance) 서비스 제공’이다. 다시 말하면, 공유금융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엔진을 돌아가게 만드는 연료에 해당한다.

공유경제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제활동이다. 인터넷을 통한 유휴자원 최적화 활용으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기도 한다.

공유금융은 공유경제처럼 공유와 개방을 특징으로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금융이 공유경제에 접목된 공유금융에서는 시장정보 불일치가 해소되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공유금융의 가공할 위력은 여기서 나온다.

공유금융이 지금처럼 널리 확산되게 된 것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 덕분이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수단을 말한다. 이 둘은 공유금융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추진력이다.

즈푸바오(支付寶)라고도 불리는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그룹이 개발한 결제 플랫폼이다. 2004년 출시됐으며, 오늘날 중국 인터넷 금융업계의 대동맥이다. 알리페이를 이용하면 외출하지 않고도 집 안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이체하고, 재테크를 하고, 각종 세금까지 납부할 수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소비방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것이다.

고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판매자의 계좌에 알리페이 머니 형태로 송금된다. 알리페이는 이용자들 사이의 결제 중개업자 형태로 서비스한다. 알리페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및 계좌이체 등의 형태로 알리페이 머니를 충전해야 한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하지만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는 금융회사이기도 하다. 알리바바 산하의 MMF인 위어바오(余额宝)의 자산 규모가 중국 대형 상업은행의 개인예금 잔액 규모를 넘어섰다.

북경만보(北京晚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어바오의 자산 규모는 1조4318억 위안(약 242조원)으로 지난해 중국 자오상(招商)은행의 개인예금 잔액 1조3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이로써 위어바오는 중국의 대형 상업은행 개인예금 잔액 규모를 넘어서 중국 4대 국유은행의 뒤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에서 알리페이와 쌍벽을 이루는 ‘위챗페이’는 텐센트가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이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텐페이’와 연동되면서 탄생한 핀테크 플랫폼이다.

중국은 핀테크(FinTech) 강국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인터넷 공룡들이 중국을 핀텐크 강국으로 견인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금융서비스 변화의 경우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 대표적이다. 모바일뱅킹과 앱카드(App Card)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앱카드는 신용카드를 온라인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카드다.

산업의 변화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혁신 기술을 보유한 비금융기업이 보유 기술을 활용해 지급 결제와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포괄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금융 열풍에 기존 은행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 매출 증가율 둔화와 이익률 하락은 물론, 예금 인출과 고객 이탈 현상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맥킨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발달로 소매은행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행과 건설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의 4대 은행은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고객들의 예금 유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맥킨지는 특히 부유층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 대도시 예금주들의 ‘이탈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요한 것은 이 공유금융 트렌드가 앞으로 금융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이라는 데 있다. 기존 운영방식을 고수하던 전통 은행들이 모바일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포괄적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며 공유금융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금융이 공유금융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자산 서비스회사 하이쥐신다(海鉅信達)의 겅옌차오(耿延超) 최고경영자는 “오늘날 인터넷금융은 ‘공유성’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전통은행들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지역의 경계, 사회계급과 사람들 간의 경계마저 허물어 민주와 존엄의 실현을 가져왔다”며 “인터넷금융은 포괄적 금융의 발전이 추진되면서 현재 공유금융으로 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공유금융의 파괴력이 더욱 커질 테니 기존 은행들이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유금융은 중국 전체 기업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환영받고 있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대출(융자)이 어려워 생존의 위협을 받아왔지만 ‘문턱’이 낮아진 공유금융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강(曾剛)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실 주임은 “중간상이 사라지고 투자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탈금융현상’이 실물경기 부분의 은행 신용대출 수요 축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은 이미 우리 경제의 곳곳을 점령하고 있고, 인터넷 시대에 탈(脫) 창구 업무비율이 이미 90%를 넘어섰다”고 공유금융의 파괴력을 강조했다.

청 주임은 또 “앞으로는 인터넷 시대의 ‘거주자 기업’을 위해 은행이 어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변혁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상은행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작년 한 해에만 1만4000명의 창구직원을 줄였다. 그중 약 3000명에게는 새로운 업무에 배치됐고, 1만1000명은 고객관리 매니저로 전환됐다. 지난해 공상은행의 직원 수 감소폭은 1%에 불과한 반면, 내부 구조조정 인원 수는 6%에 달했다.

인터넷은행과 공유금융 확산으로 사람들이 은행을 찾을 일이 그만큼 없어진 것이다. 금융권의 ‘인력 패러다임’이 시대 추세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금융 혁신’이라 불리는 공유금융은 인터넷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유경제는 이미 새로운 경제 시대의 상징이 됐고, 공유금융은 거스를 수 큰 흐름, 대하(大河)가 됐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학교 은행권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경제는 구조 전환기에 있다. 대형 은행의 경우 정부투자, 고정자산투자, 국유기업 관련해서 대출 비율은 계속해서 축소될 것”이라며 “대형 은행들은 이 점을 고려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공급 부문의 구조개혁 속에서 ‘화려한 변신’을 발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이든 국유기업이든, 앞으로 금융거래에서 은행의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위기’를 느낀 4대 은행은 앞다투어 모바일 결제시스템과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작은 다윗이 이긴 것처럼, 공유금융이라는 중국 금융권의 ‘메기’가 대형 은행들을 ‘생존의 갈림길’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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