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 기차역 대합실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나와 있는 이 여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체홉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남편 친구의 구애에 내숭 아닌 내숭으로 거절하지만, 사실 그런 구애가 싫지 않은 소피아. 젊은 한량 사프카에게 빠져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시골 여자 아가피아. 남편과의 일상적인 지루함 속에 찾아온 옵테소프에게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약사의 아내.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내들을 살해하는 라울 시냐 보로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주인공들의 이성과 욕망 사이의 갈등이 인상적이다.
안톤 체홉의 에로티시즘 미발표 단편을 극화한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부제: 파우치 속의 욕망)'이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정동 세실극장 무대에 오른다.
핸드백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없고 안에 넣을 수밖에 없는 파우치. 그것은 드러낼 수 없는 여자의 감춰진 욕망을 의미한다. 연극은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 네 편의 옴니버스 극으로 구성됐다. 에피소드마다 장르의 구분을 둬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된다.
공연 관계자는 "이번 '체홉, 여자를 읽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특성화 극장 운영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에게 체홉의 문학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세실극장에 공연에 이어 11월 9일부터 11월 12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