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도시이야기] 험한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2017-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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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문화마당, 윤주의 도시이야기]

 
[사진 = 윤주 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험한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잇다. 무언가를 이어준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단절된 마음이라든지 그 무언가의 결핍을 연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때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장소를 이어주며 사연을, 그리고 역사를 이어주기도 한다. 이어주는 것 중 다리(橋)처럼 극명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다리는 동떨어진 두 공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지만 가장 뛰어난 랜드마크로, 그 자체가 도시의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다리이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다리로는 미국의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브루클린 다리(Brooklyn Bridge)를 들 수 있다.
 

                         [1883년 개통 첫 주 브루클린 다리]


브루클린 다리는 건축 당시 최초로 철 케이블을 사용한 가장 긴 현수교로, 이용의 편리성은 물론이고 뉴욕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뜨거운 오후'를 비롯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킹콩',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그 멋진 모습을 지역의 자원으로 선물한 다리이다. 1869년에 착공하여 1883년 개통한 브루클린 다리는 공사 기간만 15년이 걸렸다. 600명의 인부가 투입되어 지어지는 동안에 20명이 넘는 사람이 사고로 죽어 비운의 다리로 불리기도 했다. 브루클린 다리를 설계한 존 A. 로블링(John A. Roebling)은 브루클린행 페리를 타고 가다가 배가 얼음에 갇히는 사고를 당하면서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다리를 구상했다. 그러나 공사가 착공되기 직전인 1869년 파상풍에 걸려 사망하면서 그의 아들인 워싱턴 로블링이 공사를 이어받았다. 워싱턴 로블링 역시 다리가 완공되기 전에 잠수병으로 사망했고, 그의 미망인이 다리를 완공했다. 다리 중간에 있는 고딕양식의 브루클린 타워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문구가 새겨져 아픈 사연을 기리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폭파시킨 한강철교]

 

         [한국전쟁 당시 끊어진 한강인도교.  사진=photographer John Rich]


우리에게도 지나온 역사의 흔적이 새겨진 마음 아픈 다리들이 있다. 서울 한강에만 해도 30개가 넘는 다리가 있는데, 그중 1900년 준공된 최초의 근대 교량인 한강철교는 6·25전쟁이 터진 지 사흘 만에 한강인도교 등과 함께 적들은 물론 누구도 건널 수 없도록 폭파돼 단절과 회복의 풍파를 함께한 다리이다. 또한, 자살 예방 캠페인으로 ‘생명의 다리’라는 별칭이 붙은 마포대교 및 여러 다리에는 자살 방지를 위한 스토리텔링 문구 “한번만 더 생각하세요”, “괜찮은 사람”이란 문구가 아프게 새겨져 있기도 하다.

우리 속담 중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란 말은 위험을 조심하고 행동을 삼가란 의미이다. 작금의 우리는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험한 세상을 지나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우리를 둘러싼 불안한 정세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과 같은 시기에 떠오르는 팝송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의 가사는 “당신이 곤경에 빠졌을 때, 저 거친 세상 위에 놓인 다리처럼 나를 낮추어 뉘게 하여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며 당신의 편이 되겠다”란 내용으로, 불안한 이 시절 그 의미를 무겁게 던져준다. 우리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줄 이 누구일까? 미국의 트럼프나 그 누군가가 우리의 다리가 되어줄까? 푸틴과 아베, 시진핑이 스스로 몸을 뉘고 희생을 감내하지는 못할지라도, 북한보다는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코 녹록해 보이지 않으니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의 처지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나 세상이 그러하다고 그것에만 몰두하거나 소소한 행복을 놓아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 그저 이 어려운 형국의 다리를 잘 건널 수 있도록 신의 가호를 빌고, 오늘은 아름다운 다리가 어우러지는 풍광을 찾아 가을나들이를 떠나고 싶다. 그러면서 우리도 그 누군가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주리라는 굳은 다짐도 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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