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약용선생의 고향에선
한 달 전, 수려한 한강변을 따라 상여가 나갔다. 스물여섯 청년의 주검이었다. 그 애달픈 죽음에 동네주민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고 있었다. 사람의 삶과 죽음엔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이번의 경우 지역문제로 인한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젊은 청년의 자살인지라 더욱 안타깝다.
그 청년이 삶을 놓아버린 곳은 남양주시 조안(鳥安)으로 역설적이게도 “새들도 평안하다”는 의미의 지명을 지닌 곳이다. 서울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산세가 수려하고 수변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 묻힌, 아름답고 평온한 이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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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수도권 일부 권역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과밀억제권역이나 자연보전권역은 성장관리권역에 의해 발전이 무척 더디다. 이는 도시와 지역의 공정한 발전을 위해 지역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지역 간 불공정한 규제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의 조정과 보호규제의 합리화가 시급하다.
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공동의 약속이다. 누구나 예외 없이 마땅히 지켜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며 규범이 늘 공정할 수는 없다. 정해진 약속일지언정 그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 억울함이 없는지 살펴 그 약속도 수정해나가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공공의 이익은 최선을 다해 지켜가야 하지만 그 공익이 특정한 누군가의 피해를 종용한다면, 행정기관에서도 단속과 처벌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 마땅히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2월말 개정된 수도법에 의하면, 상수원 영향이 적은 업종의 행위가 허용되도록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 이처럼 해당지역에 적용 가능한 도시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등 국토를 보존하며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법을 지역 형편에 맞도록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규제로 인해 발생한 공공의 이익만큼 피해자에게 적합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 또한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그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정의롭게 하라." 정약용의 법에 관한 생각을 담은 ‘흠흠신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흠흠신서’의 한자 ‘흠(欽)’은 ‘공경하다’, ‘존경하다’의 뜻이 있지만 동시에 ‘삼가다’, ‘구부리다’의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는 법을 존중하면서도 죗값을 무는 것에 대해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산은 그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청년의 고향 선배인 정약용 선생이 “처벌보다 공정함으로 보다 굽어 살피라”고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포토 스팟) 남양주시 조안면은 두물머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수종사가 있고, 다산 유적지와 한음선생의 별서터도 있다. 또한, 북한강 물의 정원이 있어 가을의 정취를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