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함원칼럼] 極中主義(극중주의)와 時中(시중) 그리고 文대통령

2017-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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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極中主義(극중주의)와 時中(시중) 그리고 文대통령
서함원(徐含園·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안철수 국민의당 새 대표가 극중주의(極中主義)를 표방하자 당내에서조차 “듣도 보도 못한 얘기”, 영어로 "'bull shit'(헛소리)"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그는 "좌우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극중주의"라고 주장했다. 낯선 말이었지만 영어로 'radical centrism'이라는 용어가 있고 세계적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도 "우리는 극중(radical centre)이다"라고 표방했다 하니 족보가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어떤 주의 주장이든 그 지향(指向)이나 '족보(族譜)'가 중요한 게 아니고 현실에서 어떤 결실, 결과물을 가져오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 여기~북한 김정은의 핵 공갈, 미 트럼프 행정부의 상상 밖 온갖 압박, 2000여년간 우리를 짓눌러온 대국주의 중국의 오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지금 여기 우리 현실에서 극중주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좌우 양 이념이 강 대 강으로 부딪칠 때 인간은 중간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제3의 길, 중도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70여년 전 해방공간에서의 '중간파', 지난 1970년대 박정희 유신체제에서의 '중도통합론'은 별 힘도 못 쓰고 사라졌다. 미국 남북전쟁 때 접경지역에 살던 어떤 농부가 남군, 북군이 하루가 멀게 지역을 바꿔 점령하는 것을 보고 '상의는 남군 복, 하의는 북군 복'을 입고 밖에 나갔다가 총을 곱으로 맞았다는 서글픈 에피소드가 있다. 말로만, 무늬만 중간파, 실질과 뚜렷한 철학·행동력이 없는 중간파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유학에 시중(時中)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풀면 "지금 바로 여기 실정에 딱 맞는다"이다. 시(時)는 '때 시'라고 하듯 어떤 때를 가리키나 '봄철', '여름날'처럼 어떤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환경’이나 ‘조건’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리고 중(中)은 '딱 가운데'라는 공간적 의미가 아니고 주어진 어떤 상황에 '딱 맞는다'는 뜻이다. 적중(的中)은 '표적의 가운데'가 아니고 '표적을 맞히다'이다.
지금 여기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시중(時中)의 정신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욱 요구된다. 그동안 보수적이든 다소 진보성향이든 모두 문 대통령이 잘해 주길 기대하고 높은 지지를 보냈지만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정책을 선택 결정해 나가면서 보수 쪽은 진보적 결정이라고, 진보성향은 보수적이라고 비판하며 지지를 철회해 갈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전쟁 때 농부와 같은 선택을 하면 결과는 뻔하다.
오직 시중(時中)의 정신에 투철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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