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경영' 푹 빠진 日, 헬스케어 시장 확대

2017-08-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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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헬스케어 기기 제조업체 타니타(TANITA) 임직원들에게는 2주에 한 번 체중과 체지방률을 측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 달 넘게 측정하지 않을 경우 구내식당을 포함, 사내 곳곳의 게시판에 대상자 명단을 게재하며 임직원들의 건강관리를 독촉한다.

타니타 종업원들은 활동량 측정기를 휴대하고 다니기도 하는데, 이 측정기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보행거리·보행수가 사내에서 상위권에 들면 사측에서는 그 이름을 공개해 상을 주기도 한다.
 

타니타는 건강 측정을 게을리 한 직원의 명단을 식당 게시판 등에 공개한다. (사진제공=타니타) 


타니타는 2009년 1월부터 종업원 400명을 대상으로 건강증진과 생활습관병의 예방을 위해 건강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경영의 목표는 대사증후군(메타볼릭 신드롬) 제로 달성이다. 타니타가 9년 여 동안 임직원 건강을 챙겨온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임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면 생산성, 효율성,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타니타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서 "체중, 체지방률 측정을 게을리하는 직원은 한 달에 5명 이하"라며 "우리는 이 제도 도입으로 사내 의료비를 약 9%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사와 생활습관 개선, 운동 장려, 장시간 노동 지양 등 종업원의 건강을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는 이른바 '건강경영'이 일본에서 화제다.

건강경영은 종업원의 건강관리를 경영의 한 활동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비즈니스 기법이다. 일본 정부는 ‘미래투자전략 2017’에서 건강경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건강경영이 최근들어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의 확장도 기대되고 있다.
 

타니타가 출시한 체지방 측정기 (타니타 제공) 



◆ 日 중소기업 90%가 ‘건강경영’에 관심

7월 도쿄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건강경영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의 기업이 건강경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도쿄 상공회의소는 이 조사를 위해 종업원 300명 이하 중소기업 329개사에 조사표를 보내 176개사로부터 회답서를 받았다.

조사에서는 건강경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27.4%, “내용은 모르지만, 들어본 적이 있다”는 답변이 32.6%에 달했다. 조사 대상의 60%가 건강경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가까운 시일에 구체적으로 실천할 예정”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4.6%, “조만간 실천하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67.1%로 집계돼 이미 시행 중인 기업을 합쳐 90% 이상이 건강경영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건강경영을 실제 시행하는 곳은 20.8%에 그쳤다. 각 기업에서는 여전히 “방법을 잘 모른다”거나 “건강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아울러 건강경영 관련 조사에서 예산부족과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실천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기업이 7.5%에 달했다.

도쿄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인력부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건강경영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건강보험조합연합회는 대기업의 2017년 건강보험조합 예산에서 의료비 지출이 4조 1193억 엔(약 41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각사 건강보험 조합의 70%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건강경영이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회사 시드플랜닝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건강경영 관련 시장은 연 5%씩 증가해 1조 6720억 엔(약 1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파소나의 생활습관개선 프로그램 이미지. (사진제공=파소나) 


◆ 건강경영 적극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 

일본 인사관리(HR) 기업 파소나는 NTT도코모와 아디다스 재팬과 함께 건강경영지원 서비스 ‘@헬스케어'를 선보인 바 있다.

@헬스케어는 우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사내 곳곳에 비치한 뒤 계약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의 평소 사내 근무 태도, 생활 방식 등을 수집한다. 이 빅데이터와 신장, 체중 등 건강 데이터와 종합하여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에는 건강경영의 실태에 대해 지표로 보여주고, 종업원들의 건강을 관리를 높이기 위한 과제 또한 부여한다.

아울러 파소나는 NTT도코모와 공동으로 건강경영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계약을 체결한 기업 종사자의 건강검진결과와 일하는 방식을 조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에게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파소나는 2020년까지 100개 사를 대상으로 관련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 스마트폰 활용한 ‘건강경영’ 솔루션도 인기

4월에는 NTT도코모와 오므론(Omron) 헬스케어가 공동출자한 도코모 헬스케어가 종업원의 건강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법인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도코모 헬스케어가 선보인 ‘건강 서포트 링크’는 종업원의 건강상태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종업원의 스마트폰을 통해 보행수, 체중, 혈압 등 측정된 건강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관리돼 사측에서 실시간으로 임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또 임직원들의 대사 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해 식탁 사진을 찍어 전문가에게 진단 받고, 종업원이 함께 효과적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코모 헬스케어는 그동안 개인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이번 확장으로 법인까지 시장을 넓히게 됐다. 올해 100개사 가입 유치가 목표다. 도코모 헬스케어 관계자는 “종업원의 건강상태 개선은 회사 전체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건강경영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 日 정부, 건강경영 도입 혜택 마련 

그동안 산업계에선 여전히 건강관리는 개인의 몫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특히 경영 활동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기업 일수록 종업원의 건강은 뒷전이다. 하지만 최근 인력부족이 현실화되면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기간 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종업원의 확보가 필수라는 의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게이단렌(經團連) 등과 함께 경영자가 솔선해 건강증진을 실현하는 중소기업을 ‘건강경영우량법인’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은 건강에 관한 사내 제도의 완비를 대출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건강경영이 완비된 기업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의료비 삭감이라는 관점에서도 건강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지자체별로 특정 건강검진 실시율 등을 비교 평가한다. 평가가 낮게 나타난 지자체에 대해서는 전국건강보험협회의 보험료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건강경영이 정착하지 못한 지자체는 산업 입지에서 타 지자체에 비해 불리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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