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란 유통기한, 농가·상인 멋대로 설정

2017-08-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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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6개월까지 보관 판매…강제규정 아닌 자율에 맡겨 법악용

농림부ㆍ식약처 등 유통기한 제시 기준도 달라

[김효곤 기자]

계란 유통기한 설정을 농가와 계란수집판매상(계란 상인)이 제멋대로 설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저온창고에 계란을 최장 6개월간 보관하며 가격이 오를 때 임의로 유통기한을 표기해 판매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계란 유통기한 설정을 농가·계란 상인의 자율에 맡긴 데다, 산란일자 표기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계란 유통기한도 제각각이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농식품안전을 관리·감독하는 두 부처의 이원화 체계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내 계란 유통기한은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농가나 계란 상인들이 계란 유통기한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실온 또는 냉장 보관에 따른 최장 유통기한만 설정돼 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제시한 계란 유통기한은 각각 최장 35일, 45일이다. 농식품부의 2010년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0~10℃ 냉장 보관하면 35일, 10~20℃ 실온 보관은 21일, 20~25℃는 14일, 25~30℃는 7일로 유통기한을 잡는다. 

식약처 고시에 따른 유통기한은 실온 30일, 냉장 보관한 세척 계란은 45일까지 설정할 수 있다. 

문제는 산란일자와 상관없이 계란을 최종 포장한 날로부터 유통기한을 설정한다는 데 있다. 

일부 농가와 계란상인의 경우 온도·습도를 조절해 최장 6개월까지 저온창고에 보관한 후, 가격이 오를 때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표기해 시중에 유통했다. 이는 유통기한을 최종 포장일로 정한 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상 5월에서 9월까지는 계란 소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시기"라며 "이때는 농가와 계란상인이 계란을 싸게 팔거나 가공용으로 납품해야 하지만, 저온창고 보관을 통해 가격이 오를 때 시중에 유통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A유통업자는 "저온창고에 보관된 물량은 7~8월 정도에 대형마트 등에서 1+1 행사 형식으로 납품을 하기 시작,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9월에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계란 저장기간 동안 품질에 큰 변화가 없지만, 상온에 노출될 경우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계란을 장기보관하기 위해 농가와 계란상인들은 온도를 -2℃에서 2℃로, 습도는 85% 이상으로 맞춰 저온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이렇게 보관하면 내용물의 변화 없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온창고에서 장기 보관하다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온도와 습도 변화가 생겨 매우 빠른 시간에 품질이 저하된다"며 "비수기인 5~9월은 최고 온도가 40℃에 달하는 등 더운 시기여서 계란이 상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액란(가공용 액상 계란)의 경우, 유통기한을 속이기가 쉬워 적발 사례가 많다는 얘기도 전했다. 

산란일자를 유통기한과 함께 난각(계란 껍데기)과 포장지에 표기해야 하는 이유다. 산란일자를 알면 농가와 계란상인이 계란을 장기보관하지 못할뿐더러, 소비자가 계란의 신선도를 판단하기가 수월해진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계란의 유통기한이 부처마다 기준이 다르고, 산란일자와 상관없이 포장한 날부터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관계 법령 또는 고시 기준을 바꿔 국민이 안심하고 계란을 먹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뿐 아니라 선량한 농업인, 음식업계, 식품 제조업계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파동을 계기로 양계산업을 비롯한 축산업 전반에 걸쳐 공장형 사육, 밀집·감금 사육 등 축산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가는 이에 앞서 전수조사 과정에서 검사항목이 누락된 420개 농장에 대한 보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 1개, 충남 2개 등 3개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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