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 5%대에서 출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2%까지 하락했다.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2%대에 진입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대내외 여건 개선과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등 영향으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전망하면서도 상반기에는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강세와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탓이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 성수품 가격이 폭등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과일 생산량이 줄면서 지난해 설 연휴 대비 사과 가격은 22.2%, 배 가격은 22.4% 폭등한 상황이다. 이달 초 16대 설 성수품 평균 가격도 전년 대비 4.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중동 정세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와 인근 해역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위협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양측 간 공방으로 주요 액화석유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 국영 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는 홍해상 LNG 운송 중단을 선언했다. 카타르에서 LNG를 싣고 출항한 운반선 4척도 운항을 일시 중지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카타르에서 전체 수입 LNG 중 21%인 973만t을 수입했다. 카타르의 LNG 수출 중단이 에너지 물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양측 간 공방이 거세지면 LNG뿐만 아니라 원유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설 명절 물가와 에너지·원자재 수급 비상이 상반기 물가 안정을 위협하면서 경제당국도 고심이 큰 상황이다. 설비·건설 투자가 줄며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설 명절 물가가 올 상반기 물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동안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 탓에 상반기에 민생 회복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민생 회복이라면 뭐든 다 해보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