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들 같은 이성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떠나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과 만남은 여행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운 순간이다.
한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에 탔을 때였다. 옆 자리에 스페인 가이드북을 읽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듯 보였다. '중국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한국어로 된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먼저 말을 걸었다.
비행기 안 사람들 모두 어딘가로 향하는 이들이기에 옆 좌석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건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여름휴가 차 바르셀로나를 찾는다는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조차 필자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항공기였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숙소 또한 멀지 않아 교통비도 아낄 겸 함께 택시를 탔고,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가인 람블라스 거리로 향했다.
다음날에는 그 친구가 여행 온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고, 우리는 몬주익 분수쇼 관람과 보케리아 시장 방문, 레이알 광장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먼 곳까지 온 여행자끼리의 낯선 설렘을 즐겼다.
그런가 하면 바르셀로나의 도착한 첫 날, 택시에서 내려 그와 헤어진 후 예약한 숙소를 찾아 걸어갈 때였다. 자정에 가까워진 시계초침에 마음이 급해진 필자와 친구는 길을 가던 사람들에게 주소를 보여주며 묻기 시작했다. 허나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그러던 중 식당 앞에 서 있던 한 중년 남성과 눈이 마주쳤고, 그에게 다가가 출력한 약도를 보여주었다.
그는 근처인 것 같으니 숙소로 전화를 해보라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주었다. 늦은 시각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온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물 한 병씩을 꺼내 주기도 했다. 그의 전화로 다시 한번 위치 확인을 한 우리는 식당에서 나왔다. 그는 혹시 못 찾게 되면 다시 오라며 자신의 식당 명함을 건넸고 헤어질 때까지 미소로 반겼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 우리는 닫힌 그의 식당 문 사이에 감사의 편지와 함께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우연히 그의 SNS에서 우리의 선물과 편지 사진을 보았고, 반가운 마음에 한번 더 그의 친절에 감사를 전했다.
여행 내내 사람들과의 짧지만 기념할 수 있는 인연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잠시 앉아 쉴 때나, 무언가를 살 때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질문을 받는 일이 많았다.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서울' '싸이' '월드컵' 등의 단어를 내뱉으며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괜히 기분 좋고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한 동시에 나 자신이 낯선 땅에 와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런가 하면 기차역에서 배낭여행 중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땐 서로의 경로를 공유하고 경비는 얼마를 챙겼는지, 여행 중 사고는 없었는지 걱정하며 남은 여행에 대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만남은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예정된 코스를 따라 풍경을 보러 가는 것도 있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운이 좋으면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더 설레는 법이다.
필자 또한 여행을 떠날 때면 무엇보다 길 위에서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인연을 만들게 될까를 가장 기대한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고 하지만 여행의 추억에 인연인 '사람'이 더해진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자신만의 사연을 담는 여행기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 낯선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겁내지 말고, 눈을 맞추고 언어가 조금은 어설퍼도 미소와 함께 친근함을 잘 표현해 보라. 필자의 경험상 보통의 사람들은 당신을 친절하게 맞이해줄 것이다.
/글=서세라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