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공약 이후 상승세를 타던 구리 가격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올해 경제 전망 등 중국 경제 지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구리 7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4.1% 상승한 파운드당 2.8405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 이후 최고치다.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지 일주일 만에 또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구리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것은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올 초부터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경제 정책 가운데 큰 축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5월 초만 해도 10% 가까이 구리 가격이 하락했었다.
중국이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약 4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 구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6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각각 6.9%, 7.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구리 수요 둔화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아연과 니켈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해 광산주도 끌어올렸다. 25일 글로벌 증시에서는 구리와 철광석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광산주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화가 후퇴하면서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론토 소재 TD증권의 상품전략 책임자인 바트 멜렉은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언제 시작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점차 줄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