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했어요. 많은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시고 응원과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받았던 응원과 위로가 더 컸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감사함들이 크고 ‘굉장히 행복하다’라는 단어가 그냥 나오더라고요.(웃음)”
배우 송하윤이 최근 종영한 KBS2 ‘쌈, 마이웨이’를 마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긴 소감이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의 송하윤은 극중에서 6년간 연애한 김주만(안재홍 분)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준 백설희로 분하며 안방극장에 깊은 공감을 던졌고, 이를 본 시청자들 역시 위로 받았다며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짧은 연애든 긴 연애든 주만, 설희 커플을 보면서 대사라든가 실제로 오고가는 느낌들을 공감해주시는 게 제가 느꼈던 아픔이나 슬픔, 즐거웠던 추억들이 모두들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각자 경험했던 예전의 나, 그 당시 위로해주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설희로 대신 했었죠. 저 역시 설희를 통해 상처를 치유했고요. 주만이를 나빴다라고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과거의 상대가 나빴고, 저도 연기하면서 무언가 위로가 됐고 그런 부분을 공감했던 것 같아요.”
공감, 위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했던 두 가지의 단어를 시청자들은 ‘쌈, 마이웨이’를 통해 찾았고 이는 작품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송하윤도 극을 이끌어가는 한 주축으로 상대배우인 안재홍과의 완벽한 호흡까지 선보였다.
송하윤은 안재홍과의 호흡에 대해 “잘 맞다 안 맞다를 얘기해본적은 없지만 대본을 보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상대배우와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해도 되나 싶었죠. 서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데 적당한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주만이는 주만이 입장, 설희는 설희의 입장으로 서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한 부분부터는 대화가 다가 아니더라고요. 서로 눈을 보는 것만큼 좋은 대화가 없었어요. 더 많이 눈치보고, 현장 기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각자 잘 맞았다고 해야할까요. 연기 스타일이 배우들이 다 다르지만 각자가 잘 맞아서 끝까지 편하게 잘 한 것 같아요.”
안재홍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편했다”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되게 편했죠. 오래본 사람처럼요. 주만이 뿐만 아니라 애라(김지원 분)와 동만이(박서준 분)와도 편하게 리딩하고 밥 먹고 했어요. 처음 대본 리딩하는 날, 리딩 끝나고 저녁에 함께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애라가 화장실도 따라와서 노래도 불러주더라고요. 하하.”
첫 만남부터 ‘쌈, 마이웨이’ 판타스틱4(포)들은 마치 오래사귄 친구마냥 친숙했다. 결국 그런 관계들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져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시청률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대본이 너무 좋았고, 대본을 믿고 가는 힘이 좋았거든요. 작가 선생님 글도 너무 좋았고요. 우리 역할의 모든 캐릭터를 합쳐 놓은 게 작가 선생님이라고 했어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즐겁고 유쾌했죠. 되게 바빴지만 누구 하나 인상 쓰거나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화낸 사람도 없었고요. NG도 웃다가 생긴 NG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넷이 모이면 계속 웃기만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즐겁고, 그래서 감정선도 디테일하게 나와 있었어요. 방송에 못 나온 것도 많아서 아까워요.(웃음)”
송하윤은 설희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 그래서 4개월동안은 온전히 설희로만 살았고, 그렇다보니 설희의 캐릭터는 송하윤의 ‘인생 캐릭터’라는 이야기가 쏟아지기도 했다.
“설희로 살았어요. 그래서 공감 안 되는 부분은 없었어요. 사실 ‘인생캐릭터’가 어떤 뜻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14년 동안 연기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원했거나 인지도를 원하면서 연기했던 적은 없었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쌈, 마이웨이’를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더욱 크게 느낀 것 같아요. 오로지 좋은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는 생각이 최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빨리 빨리 지나가는 시간들에 몰입해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보시는 만큼은 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단 생각 밖에 없었어요. 캐릭터를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극중 설희는 주만이를 향해 무한한 사랑을 쏟아낸다. 사랑방식을 이해할 수 있냐는 질문에 송하윤은 이해보다는 “너무 사랑하는데 어떡하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설희는 헌신적이고 어떤 걸 희생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많이 사랑했어요. 그게 설희에 임하는 자세였기도 했고요. 너무 아프지만 너무 사랑하는데 어떡해요. 그런 생각으로 계속 연기했던 것 같아요. 11부, 12부 촬영할 때는 마음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인터뷰하면서도 눈물이 났던 게 극중 엄마(이정은 분)와 함께 있을 때 했던 말들이 너무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선배님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나기도 했죠. 또 주만이는 예진(표예진 분)이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보면 너무 예뻐서 ‘큰일 났다’싶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내 남자친구니까 주만이를 많이 사랑하니까. 설희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겠지만 그런 답답함도 설희가 진심으로 주만이를 사랑하면 그 역시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송하윤은 설희를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꽤 오랫동안 내려놓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설희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캐스팅 되기 전 대본을 봤을 때부터 캐릭터에 몰입했어요. 애라 캐릭터도 너무 좋고 대본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설희에게는 뭔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겼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설희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설희로 살기로 약속이 된 다음부터 빠른 기차를 탄 것처럼 스며들었어요. 연기하면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간절하게 이 역할을 하고 싶고 욕심내고 그랬던 적은 없었어요.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만나는 것도 운이잖아요. 쉽게 오지도 않고요. 그런데 이렇게 간절히 원했던 것도 처음이었고 그래서 연기할 때도, 끝나고 나서도 정말 행복해요. 원래 작품이 끝나면 여행도 빨리 가고 싶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여행 생각이 처음으로 안 날 정도예요. 여행 가면 설희가 털어질 것 같았거든요. 조금 더 꾹꾹 눌러 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꾹꾹 눌러담은 설희로 한참은 살아가게 될 송하윤. 주만과 설희의 재결합으로 끝난 결말도 만족스러운 그녀다.
“설희에게 주만이는 세상인데 그렇게 쉽게 무너질 감정은 아니었을거예요. 설희 성격에 주만이와 깨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헤어져’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보이지 않는 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잠시 살짝 떨어져있던 시간이기도 했고 심지어 같이 살던 친구들과도 연결이 돼 있었잖아요. 설희와 주만이의 사랑은 엄청 깊었던 것 같아요.”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