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개인과 단체 등을 신규 제재하기로 결정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때리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재임을 계기로 경제 개방을 가속화하려던 방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탄도미사일·무인 항공기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 활동과 관련해 이란의 기업과 단체 18곳과 개인 등을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단행하기로 했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기업 등의 금융 거래도 차단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비난을 이어왔다. 이란이 하마스 등 테러단체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면서 중동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순방 당시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불법 화학 무기 공격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모든 양심적인 나라는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 방침이 나오자 이란도 즉각 반발하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유엔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이행 내용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트럼프 행정부 국제사회 분위기를 해치려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런 입장은 최근 이란이 현지에서 학술활동을 벌이던 중국계 미국인 대학원생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뒤 약 1년 여만에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양국 간 외교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의회는 미국 제재에 맞서 혁명수비대의 해외조직, 미사일 프로그램에 추가 재정 투입을 승인하기로 했다.
이란은 지난 2002년에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국제적인 고립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당시 극적으로 핵합의를 체결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하니 2기 출범 이후 경제 개방 가속화의 닻을 올렸던 이란의 위세가 꺾일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재임에 성공한 로하니 대통령은 아직 남아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모두 해제하겠다고 공약해왔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2차 제재가 풀렸지만 테러 지원, 탄도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등에 따른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정부와 대화를 성사시켜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