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과 대만의 거리가 계속 멀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차이 총통이 최근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네티즌의 비웃음만 샀다고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차이 대만 총통은 지난 5일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6개국 언론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남향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 대륙'을 '중국'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대만은 주권국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차이 총통은 또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대만은 막강한 민간기업과 의료, 교육, 인적자원 개발, 기술혁신, 농업, 재해 방지 등 소프트 파워를 갖추고 있다"면서 "이는 돈으로 바꾸거나 정치적 압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대만의 자강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 총통의 발언에 대만 네티즌들도 "웃겨 죽겠다"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외망은 전했다.
대만 네티즌들은 "대만의 경쟁력이 독립을 외치는 세력에 의해 모두 사라져 해외 자본이 외면하고 인재는 줄줄 빠져나갈 것이다", "다시는 민진당을 지지하지 않겠다", "민진당의 뜻을 관철하고자 민심은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 "책임은 후손에 떠넘기고 갈등을 유발해 자원을 낭비하며 대만 전체를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등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해외망은 차이 총통의 신남향정책에 대한 반응도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해당 정책이 타당성은 물론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며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하오쩡(黃浩曾) 중국 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부연구원은 "대만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 '하나의 중국'에 대항하고 대만 독립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뤄질 수 없는 새로운 그림을 제시해 대중을 속여 국민당의 공세를 방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대만이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하지 않고 지역 경제 참여도를 높혀 국제적 입지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차이 총통이 중국에 양안관계를 발전을 위한 ‘삼신(三新·새로운 세 가지)’ 방안도 제시했지만 중국에 무시 당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3일 대만 연합보와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의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양안은 물론 지역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새로운 양안관계 모델을 만들어 가자"는 이른 바 '새 정세, 새 설문, 새 모델'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만이 4일 논평을 통해 "차이 총통의 제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이 상황에서 양안이 나눌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대만 당국이 불법 조업을 한 중국 어선에 대해 경고탄을 발사하면서 대립각은 더 커졌다. 중국 언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6일 오전 5시30분께(현지시간) 대만 근해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 광둥성 소속 난아오(南澳) 31409호가 수색을 거부하고 저항하자 대만 해경은 고무탄과 산탄 5발을 쏴 나포했다.
중국은 발끈했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과잉 대응에 분노했다"고 항의하고 "대만 당국은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하루 빨리 중국 어선과 어민을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