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원내 5당의 대선 후보들은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논란의 핵심인 이른바 ‘송민순 문건’을 놓고 충돌했다. 이번 토론회는 5·9 장미 대선 후보자 TV토론회 중 처음으로 선관위가 주관한 토론회였다.
그러나 토론회 도중 주제와 관계없는 ‘갑철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발언을 비롯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특혜 의혹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서울대 특혜 논란 등이 튀어나오면서 네거티브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文 “후보 사퇴 용의 있나”…송민순 회고록 쟁점
토론회 최대 쟁점은 ‘송민순 회고록’를 둘러싼 진실공방이었다. 포문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열었다.
그는 문 후보를 향해 “작년에는 ‘기억 안 난다’, 올해 2월에는 ‘국정원(국가정보원)’을 통해 확인했다’, 지난 12일 토론에선 ‘국정원 통해 북에 물어본 게 사실이 아니다’ 등이라고 말했다”며 “만약 거짓말하고 계신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본다. 거짓말로 들통날까 봐 계속 지금 말 바꾸기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제대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당시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론 내렸다고 그 회의에서 배석하고 기록했던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그 경위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 후보는 “자, 문 후보님”이라며 말을 끊고 재차 질문하려 하자, 문 후보는 “끊지 마세요. 확인해보시고 그래도 의문 있으면 다음 토론에 질문하시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가 합리적인 개혁적인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이 대선 길목에서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펴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힐난했다.
문 후보는 곧바로 보수정권 9년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 사람들의 아주 특징이 끊임없이 남 탓하는 것”이라며 “지금 북핵 문제도 이렇게 위기 상황을 만들어놓고 끊임없이 그 앞의 10년 이전의 과거 정부 탓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문 후보의 색깔론 비판에 대해 “문 후보가 벌써 공개적으로 네 번이나 (말을) 바꿨다”라며 “만약 문 후보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후보 사퇴할 용의 있는지 묻고 싶고 당장 국회 정보위 운영위 열어서 청와대 국정원 자료를 5당이 같이 보자고 말할 용의 있느냐”라고 파상공세를 폈다.
심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관련해 “그 당시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기권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은 새누리당에서 10년간 너무 적대적으로 대치관계에 있어 상상이 안 가겠지만 그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자회담도 이뤄질 때”라고 문 후보를 두둔했다.
다만 심 후보는 “문 후보도 책임이 있다. 단호하고 당당하게, 자신 있게 입장을 밝혔으면 이렇게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통치권을 위임받은 주체다. 비서실장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문 후보의 보수정권 책임론에 대해 “북핵 문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정권 시절에 70억 달러를 북한에 줬기 때문에 그 돈이 핵이 돼서 돌아온 것”이라고 문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安, 文에 “내가 ‘갑철수’냐”…네거티브 문건 공개
안 후보는 “여기에 있는 후보 5명 중에서 심 후보와 저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분은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북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는 데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안 후보는 “주제를 바꾸겠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며 문 후보에게 물었다. 문 후보가 “무슨 말인가”라고 되묻자, 안 후보는 민주당의 네거티브 의혹 문건을 꺼내 들었다.
안 후보는 “이것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이다.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을 갖고 네거티브 비방한 증거가 다 있다”며 “제 아내(의혹)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에게 묻겠다.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냐, 아니면 권력 실세 아버지를 둔 아들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특혜냐”라고 물었다.
이어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 교문위와 환노위를 열어서 모두 다 투명하게 검증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이 자리에서 내일 두 위원회 상임위 열자고 약속하겠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과거를 이야기한다. 주제에 대해서도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확답을 피했다. 또한 유 후보를 향해서도 “ 토론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송민순 회고록 사건은 지난 대선에 있던 제2 NLL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재차 “내일 상임위를 열어서 함께 (문 후보) 아들 문제 확인해보자”라며 “지금 약속해 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문 후보는 “제가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이미 해명이 끝났고 안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라”고 애써 무시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는 답이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계속 해명하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많은 후보가 진실 공방으로 자꾸만 안내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문 후보는 “고도의 외교관계를 자서전에 기술한 자체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고, 당시 문서를 제출하는 것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文 vs 安, 토론회 도중 감정싸움…5년 전 단일화까지 언급
여론조사 1위와 2위를 달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토론회 도중 5년 전 야권 단일화 상황까지 언급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안 후보는 두 번째 토론 주제에서도 “제가 MB의 아바타인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가 “항간에 그런 말이 있다"”고 하자,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생각을 묻는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는 “방금 그런 이야기를 제 입에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떠도는 이야기를 갖고 질문하니까 제가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MB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제가 MB 아바타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 사모님에 관한 의혹도 상임위 열어서 해명하고 싶으면 하시라”라며 “문재인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라. 저를 반대하려고 정치하나”고 맞받아쳤다.
이어 “2012년 때도 그랬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독대한 적이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내는데 그걸 막아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며 “그게 5년 후에도…”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2012년도에 MB 아바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라며 “안 후보가 이번 선거를 할 때 배후에 MB 측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게 2012년도 쟁점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 발언 차례가 온 홍 후보는 “둘이 토론하는 것을 보니까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 참…”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