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에게 생긴 변화

2017-04-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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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빠는 딸' 주연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도연은 가장 보통의 딸이다. 아빠와는 빨래도 섞기 싫고, 얼굴만 마주쳐도 답답함을 느낀다. 공부, 공부 잔소리만 하는 아빠에게 야속함을 느끼며 점점 더 마음의 벽을 쌓아간다. 그런 도연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짝사랑하는 선배.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밴드부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황당하게도 하루아침에 아빠와 몸이 뒤바뀌게 된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제작 영화사 김치㈜·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은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키하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 중 도연 역을 연기한 배우 정소민(28)은 가장 보통의 딸이자, 열일곱 소녀 도연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연기하며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도연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기도 했다. 자신과 똑 닮은 도연과 아버지 상태를 연기하며 정소민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 정소민에게 영화 ‘아빠는 딸’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물었다.

영화 '아빠는 딸' 주연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열일곱 소녀와 중년 남성을 동시에 연기하게 됐다. 중년 남성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처음엔 외적으로 접근했다. 윤제문 선배님의 행동이나 말투, 자세 등을 관찰하고 카피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더라. 아저씨를 흉내 낸다고 한들 보이시한 여자아이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됐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만년 과장으로서 상태가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 무게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아버지에게 영감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 아버지와 대화를 해도 결국 딸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더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제가 어떻게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겠나. 어느 지점이 지나고 나니 접근 방식을 달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적인 것을 공부하고, 행동을 카피하려고 한 것도 헛된 일은 아니었다. 점차적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있더라. (역할에) 풍덩 빠져서 계산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쌓아온 걸 믿고 놀이하듯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실제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을 것 같다
- 그렇다. 저는 도연이와 비슷한 딸이었으니까. 드라마에서는 착한 딸을 연기하지만 대부분 딸이 아버지를 어려워하지 않나. 도연이는 그걸 넘어 싫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나잇대가 그런 것 같다. 저도 어릴 땐 그랬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졌다. (아버지가) 유해지기도 하셨고 저 역시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많은 딸, 여성 관객들이 도연을 보여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정소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 그럴 수도 있겠다. 제가 딱 그 나잇대에 아버지와 불편했으니까. 어릴 때 갑자기 무용하겠다고 하고,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였다. 엄마는 저를 믿어주셨는데 아버지가 반대했으니까. 무용도 우겨서 한 건데 그걸 엎고 연기를 하겠다고 했으니….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야속하기도 했다.

영화 '아빠는 딸' 주연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기하면서 도연으로서, 상태로서 각각 이해와 공감이 되던 지점이 있을 것 같다
- 도연을 연기할 땐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장면들이 전부 공감이 갔다. 하하하. 아이돌 이야기하는 것, 수다 떠는 것이 소소하지만 큰 공감이 갔다. 상태를 연기할 땐 도연과 짝사랑하는 선배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줬을 때? 도연에게 ‘아빠 고마워’라는 소리를 듣는데 제가 다 뭉클하더라. 나는 아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중년 남성을 연기하다 보니, 여고생으로 돌아왔을 때의 연기가 어색하기도 했겠다
- 상태의 습관이 남아있어서 고생했다. 하하하. 팔자걸음이 몸에 밴 거다. 지금은 고쳤는데 (다리를) 모으는 것보다 풀어놓는 게 편하더라. 처음에는 팔자걸음을 흉내 내는 게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더 편해졌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계속 웃기도 했다. ‘촬영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렇게 걷는다’면서.

윤제문에게 중년 남성의 연기를 도움받은 게 있을까?
- 자연스럽게 말투를 이어받으려고 했다. 특유의 말투가 있으신 터라서. 약간 시크하면서도 만사 귀찮은 것 같은 공들이지 않은 말투? 그걸 꼭 익히고 싶었다. 선배님께서 제 대사를 녹음해주셔서 그걸 듣고 맞춰서 연기하려고 했다.

영화 '아빠는 딸' 주연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반대로 정소민이 윤제문에게 도움을 준 점은?
- 선배님은 평소 저의 모습보다는 제가 연기한 도연의 모습에 주목하셨다. 리딩할 때 제가 도연을 연기하는 목소리나 톤, 말투를 녹음해 들으셨다고. 행동에 관해서는 물어보셨다. 여고생의 반응은 어떠냐면서.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 제가 또 언제 남자 연기를 해보겠나. 연기적으로도 소중한 기회였다. 익스트림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원상태라는 사람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실제 정소민에게도 변화가 생겼을까?
- 그렇다. 아버지와 저의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에 아버지와 단둘이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 아닌가.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 변화를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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