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호남의 압도적 지지로 정권교체를 만들겠다.”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27일 ‘야권 텃밭’ 호남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9부 능선을 단숨에 넘은 셈이다.
반면, 호남 경선에서 막판 뒤집기에 나섰던 이재명 예비후보와 안희정 예비후보 등은 ‘문재인 대세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지 못한 두 후보의 정치적 상처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文, 호남 과반 승리…‘대세론’ 실체 확인
문 후보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촛불정국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문 후보의 차기 대선 지지도는 ‘다자 35%-양자 50% 안팎’을 기록했다.
특히 문 후보는 지난 1월 말 설 민심을 거치면서 영·호남을 뛰어넘는 ‘전국적 대세론’을 장착했다. 당내 ‘탄탄한 조직력’도 한몫했다. 지난 2014년 2·8 전당대회를 전후로 형성된 친문(친문재인)계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5년 말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거치면서 당 대주주로 부상했다.
제1당으로 부상한 지난해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기점으로 친문계는 명실상부한 야권 최대 계파로 우뚝 섰다. ‘대중성’(여론조사)과 ‘조직력’(세력)의 양 날개를 겸비한 문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대세론의 실체와 위력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문 후보의 호남 경선 압승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87년 체제 이후 계속된 야권분열의 진원지는 ‘호남’과 ‘친노(친노무현) 운동권’ 간 갈등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필패론’도, 20대 총선 직전 ‘야권발 원심력’도 양측의 화학적 결합 실패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호남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단 한 석 많은 3석에 그쳤다. 문 후보가 압도적 대중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호남 경선까지 끊임없이 ‘반문 정서’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후보는 호남 경선 직전 ‘전두환 표창 발언’과 측근인 오거돈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의 ‘부산 대통령’ 발언 등으로 호남 반문 정서에 불을 질렀다.
◆文, 밴드왜건 장착…호남 업고 수도권 북상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후보의 호남 득표율이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56.52%의 전체 득표율을 기록한 문 후보는 광주·전라와 전북에서는 각각 48.46%와 37.54%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민주당 첫 번째 경선이자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 압승을 기록, ‘문재인 필패론’, ‘문재인 한계론’의 허구성을 스스로 입증했다.
문 후보의 최대 경쟁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25일과 26일 광주·전라·제주와 전북 경선에서 각각 60.69%와 72.63%를 기록한 것도 경선 막판 ‘친문 조직력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문 후보가 호남에서 대세론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호남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최종 결선투표 여부와 직결한다”고 말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업은 문 후보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대세에 편승하는 효과)까지 장착, 남은 경선 기간 이변이 없는 한 본선 직행 열차에 탑승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민주당의 남은 순회경선은 △29일 충청권 △31일 영남권(이상 3월) △수도권·강원·제주(내달 3일) 등 총 세 차례다. 충청권에선 안 후보의 비교우위가 예상되지만, 영남권과 수도권 등에서는 문 후보의 대세론이 재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래문 저래문’(이래로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