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탄핵당한 지 17일 만에 구속위기에 몰리게 되면서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에 이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까지 안게 됐다.
검찰이 27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조기 결단을 내린 것은 대선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5월 9일 대선일을 앞둔 각 정당은 내달 초까지 후보를 정하고 14∼16일 후보자 등록을 거쳐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내달 중순부터는 사실상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셈이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결정한 것도 이런 외부 환경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29일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구속될 경우, 검찰은 보름여의 추가·보강 수사를 벌인 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 직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원 재판은 정치적 민감도를 고려해 대선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방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필귀정", "(검찰의)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유감을 표명했고, 바른정당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각 정당 대선주자 캠프 측도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캠프마다 내부적으로는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국민의 바람과 법 감정에 충실한 조치"라며 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줄 것을 주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시대교체의 신호탄"이라면서 "구속영장 청구는 사필귀정으로,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대한민국 적폐 청산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면서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일관되게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수사를 주장해왔다. 법원 역시 구속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면서 "검찰은 오직 국민과 법만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도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몸통이자 핵심공모자"라면서 "당연한 귀결이고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격"이라고 밝혔다.
친박단체 등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은 "정치적 타살", "순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막기 위해 태극기 세력이 총결집하자고 선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수의를 입고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될 경우 동정론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보수층이 결집하고, 중도 보수층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만큼 앞으로 법정 투쟁을 통해 명예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70년 적폐 청산과 구시대 종언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각인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