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 회의가 두 번 열려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 효과를 내는 방안이 거론되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핵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조하면서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배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다른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가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토비 돌턴 미국 카네기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은 2016년 6월 국립외교원이 한국핵정책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미 핵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며 “그 같은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2016년 1월 10일 괌에서 한반도로 출격한 B-52나 또 다른 미군 전략자산인 B-2(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이용해 원거리에서도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용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이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재배치되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약화되어 북한은 핵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고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하고만 대화하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 미중, 미러 관계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또 전술핵무기의 재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에 요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으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한국과의 군사대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미국 본토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그들의 안보에 덜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효과가 제한적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 없게 되기 때문에 한중 관계는 현재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긴밀한 협력 관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재래식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국방정책을 ‘저비용 고효율’의 국방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치 않고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에게 한국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약소국(弱小國)’의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경제력과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 지위에 어울리는 ‘강중국(强中國)’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 되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