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보험가입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보험계약의 대부분은 설계사에 의해 체결되고 있다. 개인적 친분이나 소개를 통해 설계사들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상품을 설명하고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중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가입자는 흔히 설계사를 보험회사의 직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체결 역시 보험사와 직접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잘 알아둬야 할 것은 설계사는 보험계약을 ‘중개’하는 것이지 그들에게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즉 설계사들은 보험회사와 위촉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개인사업자들이며 보험회사나 보험대리점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법에서는 보험자(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때에는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월 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약관이란 보험회사가 다수의 보험계약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보험계약의 내용이다. 약관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당사자 쌍방(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이 따라야 하는 보험계약상의 근거로서 중요하다.
보험약관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 약관의 내용을 당사자인 회사와 계약자가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모두 각자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대법원에서는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통상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약관이 당사자에게 교부되면 약관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정확히 읽어 보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알지 못했다"며 항변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설계사에게는 계약체결대리권이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 계약체결대리권이란 보험회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보험회사의 대표이사와 감사, 임원 및 직원, 보험대리점만 갖고 있다. 결국 설계사가 설명한 사고가 보험약관에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설계사가 설명했던 약관의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대리권이 존재하는 보험대리점 등은 잘못 전달된 약관도 보장받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88다 4645판결)에 따르면 계약자에게 보통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으면 그때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 계약상 권리를 계약자 본인이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설계사와 잘 아는 사이일수록 향후 다툼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설명 내용이 해당 약관에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설명한 내용이 약관에 없거나 모호한 경우라면 그 내용을 상품설명서나 청약서에 설계사의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녹음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