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기존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동걸 회장은 8일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과 소난골(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의 드릴십 인도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며 올 상반기까지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외부 전문가를 대우조선에도 투입해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상대편이 만드는 SPC(특수목적법인)에 대우조선이 일정 지분을 참여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2013년 소난골로부터 1조3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2기를 수주했다. 인도 시점은 당초 지난해 6~7월로 예정됐으나, 유가 하락 여파에 소난골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대우조선은 경영 정상화의 핵심인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의 상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조선의 올해 만기 회사채는 총 9400억원 규모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은 자구계획에 따라 5조2000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총 2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앞서 2015년 서별관회의에서 논의된 4조2000억원 내에서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총 3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는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으로 대우조선은 66척의 배를 건조해 약 9조원의 재원을 상환했다"며 "올해도 110척, 320억 달러의 수주잔량을 해소해 23조4000억원을 벌어들이고, 7조원의 RG(선수급환급보증)가 상환되는 효과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3월 주식거래 재개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거래 재개를 위한 필요 요건은 갖춰져 있지만 수주 절벽 등 현실적인 장애가 산재해 있다"며 "올 2분기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 STX조선,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산은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강함을 찾아가는 단계로, 정부 출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과는 별개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로부터 약 3조8000억원을 출자받았는데 대부분이 정책자금으로 쓰였다"며 "BIS 비율도 13.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 동안 6조6000억 상당의 주식을 매각하는 등 자체적으로 위험자산을 관리해 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혁신방안과 관련해선 "총 19개 중 10개의 과제를 이행(52.6%)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나머지 9개 과제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산은은 올해 62조5000억원의 자금공급 계획을 세웠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신성장분야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주선을 강화해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