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광장의 다른 민주주의...촛불집회와 맞불집회

2016-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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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은 중국의 대장정에 비유될 세기적 사건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이름붙여진 두 진영이 같은 개념을 내세워 서로 대립했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들은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내세워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탄핵 기각을 각각 외쳤다. 

맞불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집회의 전유물이었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호를 차용해 '민주주의를 위해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불집회측은 진영논리나 프레임전쟁을 뛰어넘어 촛불집회의 근본적인 동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국민들은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개념의 혼돈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미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과 추체험을 통해 내면화됐기 때문이다.
8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77만명이라고 주최측은 추산했다. 지난 6차 촛불집회의 232만명에 비교하면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집회 참가자수가 줄어든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벌써 두 달가까이 매주 토요일 오후와 밤시간에 나와 추위에 맞선 시민들이 조금은 지쳤을 수도 있다. 둘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오는 24일과 31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것 이라고 예고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확연하게 줄었다. 그러나 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이 알아야 할 것은 더 이상 숫자놀음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거리에 함께 하지 못한 더 많은 시민들도 마음으로 촛불을 같이 들었을 것이다. 갤럽 등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퍼센트가 탄핵에 찬성하고, 그 비율과 같은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의 분노를 따랐다고 하지만, 드러난 촛불민심 못지않게 거리에 나서지 않은 시민들의 분노를 헤아렸을것이다.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의 숫자가 줄었다는 것을 빌미로 이른바 보수, 대부분의 가짜보수들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옳고 합리적인 주장일지 모르지만 역사의 긴 흐름에서 그들의 행위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반동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역사는 촛불집회에 나선 집회자의 숫자 대신 이 도도한 흐름과 그 흐름이 가져온 민주화의 결과를 기록할 것이다. 새겨듣기 바란다.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민주화의 역사를 왜곡하려들지 말라. 반동의 역사는 지금까지의 질곡으로도 충분하다.

그리하여 추운 날, 거리에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에게 우리 역사는 큰 빚을 진 것이고, 틴핵을 찬성한 78퍼센트의 국민들에게는 더 큰 빚을 졌다. 그래서 고맙다. 추운 거리에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선 시민들의 숭고한 의식이. 아직 촛불혁명은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적폐를 완전히 없앨 제도가 정착되는 날,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혁명은 완성될 것이다.

아직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탄핵 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경구는 살아있는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과정은 중요하다. 그 과정은 새로운 제도 수립을 위한 철저한 진상 파악으로 이어져야 한다. 진상에서 드러난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데 정치권이 적극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지 못하면 새로운 촛불혁명이 불을 밝힐 것이다. 잘못한 이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은 다음 수순이다.

8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자유발언대에 나선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날이 올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 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인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치인이 많은 현실이다. 

8차를 이어왔고 앞으로 지속될 촛불혁명은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대장정'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정'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홍군이 국민당과의 전투에서 패해 후퇴를 지속하면서 궤멸 직전까지 갔던 시절을 일컫는다.

"중국 영웅들의 큰 걸음, 장정(長征)은 어느덧 중국 인민의 서사시를 넘어 온 인류의 서사시로 자리 매김했다....이 유산은 우리가 더 나은 중국을 만들어 가는 데, 또 우리 다음 세대와 진보와 해방을 위해 싸우는 온 인류에게 언제나 큰 힘을 복돋우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이다"(웨이웨이, '대장정'의 머리말에서 인용)는 역사적 평가가 '촛불혁명'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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