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3일 오후 5시.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차량통행이 봉쇄된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 KAIST가 개발한 지능형 로봇 휴보가 운전대를 잡은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조수석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탑승했다. 20미터를 천천히 달리다 최 장관이 차에서 내린 순간, 드론 한 대가 날아와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최 장관이 스마트워치로 차량을 호출하자 이번엔 로봇이 운전하는 전기차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가와 최 장관을 뒷좌석에 태우고 코엑스 정문까지 달렸다.
미래부는 3일 창조경제박람회와 연계해 개최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퍼레이드’에서 2050년 이동수단의 미래 변화상을 지능형로봇과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시연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2020년 이후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지능화된 로봇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가 차량운전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를 실현시킬 로봇이 바로 KAIST의 휴보다.
휴보는 지난해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회국(DARPA) 주최로 열린 로봇공학챌린지(DRC) 대회에서 미국 카네기멜론대, 일본 도쿄대 등 6개국 24팀을 제치고 우승한 세계적인 지능형 로봇이다. 당시 대회 결승전 행사에 래리 페이지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으며, 이후 KAIST는 구글에 휴보 2대를 납품하기도 했다.
휴보는 영동대로에 설치된 화성탐사기지를 재현한 특설무대에서 밸브를 잠그고, 벽에 구멍을 뚫고, 장애물을 치우는 등 DARPA에서 수행한 여러 미션을 선보였다.
KAIST는 이밖에도 로봇이 차량의 브레이크와 액셀을 직접 밟고 운전하는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왼쪽으로 차선을 변경해 지정된 위치에 정차하고, 탑승자의 신호를 받아 목적지에 도착한 뒤 하차시키고, 지정된 위치에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윤하람(KAIST 석사과정)씨는 “도로 위 자율주행과 차선변경을 위해서는 차선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선은 차량에 달린 카메라로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심화학습)을 통해 인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연구진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날씨 조건에 영향 받지 않는 인식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차량 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이착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동수단의 무인화 기술은 로봇을 운전석이나 조종석에 앉히면 더 이상의 기계적 개조가 필요 없다는 게 KAIST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양희 장관은 “로봇도 인공지능이고 자율주행차도 인공지능”이라며 “챌린지퍼레이드를 통해 인공지능이 어디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