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성엽 "수식어 붙는 '성장론'은 다 가짜…정치인들 '경제 매진' 외쳐야"

2016-11-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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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겹쳐 한국 경제 난파 위기

대권주자들 '○○성장'은 한가한 소리

지금은 분배·복지보다 성장 올인할 때"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인터뷰=최신형/정리=김혜란 기자) = 한국 경제가 난파 위기다. 장기 부진에 빠져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초대형 정치리스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겹악재를 만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최순실 정국 자체도 굉장히 혼란스럽고 정치적 위기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게 경제 위기"라며 "대통령이야 물러나면 새로 뽑을 수 있지만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우려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과 대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성엽표 경제 성장론은 한국 경제 위기를 돌파할 방향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차기 대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내건 '○○ 성장 담론'을 "한가한 소리"라고 일갈했다.

유 사무총장은 "분배 개선, 복지 확대, 양극화 해소가 좋은지 누가 모르나. 분배 개선, 복지 확대로는 경제가 어려우면 더 어려워지지 좋아질 수 없다"며 "이제는 정치인들이 좀 솔직해져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살려보자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둑에서 수순(手順)이 중요하듯 우선은 △고환율 정책 폐기 △공공부문 개혁 △인위적 일자리 창출 정책 포기 등으로 경제 성장에 '올인'해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 창출, 분배 개선, 복지 확대가 가능한 토양이 만들어진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야 3당이 전면적인 퇴진 운동에 나섰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버티기를 지속하며 엘시티 수사를 지시, 정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100만 촛불 집회'에서 확인된 '퇴진' 민심의 엄중함을 잘 모르고 임기를 유지하려고 자꾸 꼼수를 쓰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야당 지도자들도 대통령에게 무조건 물러나라고만 할 게 아니라 박 대통령과 만나 '질서 있는 퇴진' 일정을 합의해야 한다. 물론 대전제는 대통령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물러날 뜻을 밝히는 것이다. 이후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이 합의해 '경제형 거국중립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민심은 단순히 대통령 퇴진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국중립내각에서) 국회 주도의 '분권형 개헌'도 추진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내 정세 불안까지 더해지며 악재가 겹쳤다.

"일각에선 내년도 1%대 성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한국 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이야 물러나면 새로 뽑을 수 있는데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끔찍하다."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여야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 성장 담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의 '국민성장', 안철수의 '공정성장', 유승민의 '혁신성장' 등이 그 예다. 유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이를 두고 "한가한 소리"라고 일갈한 적이 있는데.

"수식어가 붙는 성장은 가짜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독재하자는 얘기 아니었는가. 여야 대표연설을 들어보면 모두 격차·불평등 해소를 앞세우더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분배를 개선하고 복지를 확대하면 좋은데 그렇게 하면 경제가 당장 더 어려워진다. 바둑에서 수순이 잘못되면 대마(大馬)가 죽기도 한다. 지금은 복지와 분배를 내세울 때가 아니고 경제를 살릴 때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 좀 솔직해져야 한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배 개선, 복지 확대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에게 달콤하지만 무책임한 얘기다. 정치인들이 국민, 기업인, 공직자한테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인내하며 경제 살려보자고 외칠 때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는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이다.

"(경제 성장이 먼저라고 주장하면) 우리나라가 성장만 추구하다가 양극화가 심화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경제가 살아나면 그 성장의 과실이 적절하게 분배되고 복지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유효수요가 창출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일단 지금은 군더더기 없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얘기지 분배나 복지를 도외시하는 게 아니다."

◆경제를 살릴 대안은 무엇인가.

"고환율 정책을 폐기하고 환율을 국제 수지 흑자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내려야 한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인위적 일자리 창출 정책도 포기해야 한다. 그럼 6%대 성장으로 갈 수 있다. 우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는 경제 성장에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1~52%이므로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리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런데 정확한 계산법으로 따져보면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시설재 가격 상승,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기업 경영 수지 악화, 고용·투자 축소로 이어져 GDP의 87%를 차지하는 내수에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일부 행정학자는 국민 대비 공무원수를 따지면 공무원 수가 적다는 지적도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지출 비중이 (2005~2014년 평균) 48.07%로 덴마크 46.40%, 독일 45.10%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공공부문이란 공무원 수만 아니라 재정 지출, 재정 확대 등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공공부문이 늘면 생산성은 떨어진다.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정원을 줄여나가고 재정확대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대화로 이어지는 특별회계 기금도 대폭 통폐합해야 한다."

◆유 총장이 지적한 인위적 일자리 정책에 공공근로 사업, 청년 고용할당제가 포함되나.

"그렇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아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이뤄지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자리는 만들어지게 돼 있다. 결국 일자리는 경제 성장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2, 3년짜리 임시직 일자리만 만들어주는 인위적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예산을 낭비했고 비정규직을 늘려 경제를 왜곡시켰다. 이는 오히려 경제 성장을 더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인위적 일자리 창출 정책을 폐기하고 경제 살리는 쪽으로 예산을 써야 한다."

◆환율을 낮추고 공공부문 비대화를 축소하고 인위적 일자라 창출 대신 성장을 위한 예산을 늘리면 한국 경제 87%를 차지하는 내수가 살아날 수 있나.

"그렇다. 이밖에 첨단 부품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서해안 쪽에 인구 100만 첨단 부품 산업 도시 3개 정도 건설해내는 것도 지속적 성장을 가져갈 수 있는 길이다."

◆조세 제도는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현재 지방세인 재산세를 국세로 돌리고 부가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 초고소득자에 대해선 소득세와 재산세 증세, 부유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한다. (법인세 인상은) 경제 성장에 역행하는 일이다. 재벌대기업이 법인세를 낮춰주니 낙수효과는 없고 곳간에 돈만 쌓아둔다고 비판하는데, 성공할만한 투자처가 없으니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거다.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려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도 반경제 정책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기업은 빚을 얻어서라도 투자한다."

◆전북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새만금 개발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우선 새만금을 세종시처럼 중앙정부 직할 특별행정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과거 이재오 새누리당 전 의원이 이야기한대로 땅값과 세금, 규제, 노조 없는 4무(無)의 새만금을 실현해야 한다. 분양가를 낮추려고 새만금 동서·남북도로를 추진하고 있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무상 임대나 무상 분양을 실현하고 세금도 없애거나 대폭 낮추는 특례를 부여해야만 국내외 기업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중국 교역 핵심 창구가 될 수 있게 새만금 신항 규모를 확대하고 인천공항에서부터 새만금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고속철도나 새만금에서 경북 포항을 잇는 고속철도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 프로필

△1960년 1월 25일 전북 정읍시 출생 △전주고등학교 졸업(1978)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1984) △제27회 행정고시 합격(1983)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1991~1996) △전라북도 문화관광국 국장(1997~1998) △전라북도 공무원교육원 원장(1998~1999) △전라북도 경제통상국 국장(2001~2002) △전라북도 정읍시장(2002~2006) △제18대 국회의원(2008~2012)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2014)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위원장(2015) △제19대 국회의원(2012) △제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국민의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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