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은 이메일에서 시작해 이메일로 끝난 여정이었다. 대선 출마전부터 클린턴을 따라다니던 이메일 스캔들은 대선 이틀전까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 이메일 스캔들의 시작…유권자 불신 깊어져
강력한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꼽혔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은 미국 정계를 단박에 뒤흔들었다. 특히 국무장관은 민감하고 최고급 정보를 다루는 자리인 탓에 파장은 컸다. 당시 공화당은 클린턴 전 장관을 연방기록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NYT 보도 이후 8일만에 공식해명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은 당시 사용했던 이메일 서버가 남편인 빌 클린턴의 것으로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보안규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6만개의 이메일 중 3만개는 개인 일상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구원투수로 나선 버니 샌더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이 이메일 스캔들을 잠재우지는 못했으며, 클린턴은 이후 개인 이메일 사용이 "명백한 실수였으며, 후회한다"고 공식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신뢰는 살아나지 않았으며, 대표적 진보인사인 버니 샌더스가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대적으로 클린턴의 지지율은 하락하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민주당 경선 TV 토론회에서 버니 샌더스가 "이메일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이야기 하면서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은 다시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른 이메일 스캔들이 터졌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메일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편파적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은 클린턴의 승리가 부당하다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공정 경선의혹에도 불구하고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직접 힐러리 클린턴 지지 연설에 나서면서 민주당원들의 통합을 독려했다.
◆ FBI 추가 이메일 발견과 재수사 '롤러코스터'
버니 샌더스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친 클린턴이지만, 이메일 스캔들은 계속 클린턴을 따라 붙었다. 7월초 FBI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상황은 종료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지난 8월 FBI가 사설 이메일 서버에서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받은 이메일 1만4900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임 시절 국무부와 클린턴 재단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이메일이 공개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위키리크스에서 폭로한 이메일의 내용들도 클린턴을 괴롭혔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한 고액강연에서 발언한 내용들은 금융개혁과 자유무역 반대 등을 주장하는 클린턴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대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일으켰다.
대선을 11일 앞두고 판세를 짐작할 수 없도록 만든 것 역시 이메일이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 테이프 폭로 덕에 격차를 벌려가던 클린턴은 FBI 이메일 재수사 결정으로 다시 지지율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지난 6일 FBI가 무혐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막판 지지율이 다소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클린턴이 패배할 경우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이메일'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