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부동산시장을 놓고 정부는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장이 뜨겁다면 어느 시점에 얼음을 넣어야 하는 지, 차갑다면 언제 불을 때워야하는 지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강남발(發) 부동산시장 과열 분위기를 식히기 위한 정부의 규제대책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만난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기자의 관련 질문에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답변을 하기가 곤란하다”면서도 “정확한 판단에 기초해 대책을 내놓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이곳에 원장으로 왔을 당시에는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등 임대주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컸으나, 어느 순간부터 임대시장 대신 집값 상승에 따른 매매시장, 분양시장이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면서 “결국 부동산시장은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 반복되는 과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관심을 어느 정도 임대시장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년 넘게 가격이 오르내리면 조정하는 똑같은 일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내다봐야 한다”며 “일본 부동산시장을 따라갈 것이라고 우려하기보다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적절한 규제와 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시장을 바로 잡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 관련 제도 및 주택시장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연구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과 주택산업 선진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 설립됐다.
그간에는 주택 대량공급 연구에 큰 초점을 맞춰왔으나, 최근 들어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주거문제, 주택 노후화 등이 주택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택산업연구원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먼저 청년층 주거문제로 화두를 옮기자 권 원장은 “단순하게 경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서 거침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 세대와 지금 세대는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주택도 니즈(Needs)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원트(Want)가 됐다”면서 “그러나 최근 저성장,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택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지금처럼 중대형, 고품질 주택만을 고집한다면 청년주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청년이 행복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처럼 주택 크기를 줄이고 지하주차장이 없는 주택 등 다양한 조건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 그동안 익숙했던 그대로를 누리려한다면 답을 찾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 권 원장은 주택시장에서의 제3섹터 영역이 넓어진다면 청년층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부기구(NGO)와 협동조합 등이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주택 공급을 시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인구 고령화와 관련해서도 “최근 주택연금 규모가 지속 늘어나면서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앞으로 점차 확대될 이 리스크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 원장은 주택 노후화와 전세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주택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오래된 주택을 헐고 아파트만 지어서는 안 된다. 주거환경정비가 이제는 다세대·다가구 주택까지 크게 확대돼야 한다”면서 “주변 도로도 넓히고 주거서비스를 개선해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연구원도 이 같은 주택 다양성을 부분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아파트 재건축 관련 정부 규제와 관련해서도 “아파트 노후도가 심각해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면 재개발에 따른 가격 상승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라며 “재건축 연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주택 노후화나 전세난 등 해결에 문제가 된다면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보금자리론 대출 축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 중단 등 주택금융이 서민 주거안정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서는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부가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한 셈”이라면서 “역행이라기보다는 집값 상승이 과도하다는 문제를 잡기 위해 피할 수 없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