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400여 개의 출판 관련 업체가 모여 해마다 1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 지식인, 문인, 예술인, 건축가들의 네트워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는 곳, 바로 '파주출판도시'다.
세계 유일의 출판영상 클러스터인 이곳에선 매년 아시아 최대의 인문학 축제 '파주북소리'가 열린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장 김언호)과 파주시(시장 이재홍)가 함께 주최하는 이 축제는 매년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해 지식 축제로는 드물게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된 바 있으며 공연, 전시, 체험, 먹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한 복합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언호 이사장은 "파주북소리는 동아시아의 책 철학을 종합적으로, 새롭게 일으키는 데 초점을 둔다"며 "파주북어워드, 국제포럼 등 한자 문명권을 아우를 수 있는 공동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책 교류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의 정신과 사상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데 목적을 둔다는 말이다. 김 이사장은 또 "파주북소리는 여느 책 축제처럼 판권·저작권 판매에 치중하지 않고, 책의 콘텐츠를 문의하고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잘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축제"라며 "저자, 제작자, 독자가 한자리에 모여 책을 토론하는 거의 유일한 축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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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북소리 2016'은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개막에 앞서 9월 24일부터 약 한 달간 개최되는 특별전 '전통과 창조 - 뤼징런(吕敬人)과 중국 근현대 북디자인' 때문이다.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리는 이 특별전은 중국 북디자인 1세대로 불리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뤼징런(69) 북디자이너와 그의 영향을 받은 제자 중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신진·중견 북디자이너 10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중국 북디자인을 조망한다. 이호진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과장은 "이번 전시는 뤼징런의 첫 단독 전시이자, 책과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뤼징런 특별관 △중국 대표 북디자이너 10인 △영상 및 체험관 등 총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며, 뤼징런의 대표작 400여 종과 그의 제자들 작품 100여 종 그리고 중국 출판디자인사 연표 등 사진·영상 자료 100여 종을 선보인다.
김 이사장은 "뤼징런은 디자인을 글자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국 최고의 디자이너"라며 "한자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아름답고 모던한 그의 디자인은 이미 서구권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한·중 양국 간 정치·경제적 갈등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북디자인 등의 예술은 '소통'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갈등을 풀어내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