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가 넷인 것은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먹거리 천국’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요리는 워낙 만드는 방법이 복잡해 서양식 레시피처럼 수치화하는 게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중국 요리를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밥' 레시피를 선보인 중국의 온라인 '쿡방(요리와 방송의 합성어)'이 화제다.
그 중심에 스타트업 ‘르르주(日日煮)’가 있다. '매일 요리한다'는 뜻의 르르주는 영어로 ‘데이데이쿡(Dayday Cook)’으로 불린다. 매달 120~150개씩 요리 동영상이 올라오는 르르주 웹사이트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클릭수가 5억5000만 건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40만 명 방문, 매달 평균 활성화 이용자 수 1600만명이 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쿡방 사이트다.
르르주를 창업한 주인공은 바링허우(八零後 1980년대 출생) 청년기업인 주자잉(朱嘉盈)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HSBC에서 최연소 매니저 자리도 꿰찬 ‘금융 알파걸’ 출신이다. 지금은 ‘중국의 여자 백선생’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요리계 유명인사다. 각종 TV 요리 프로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지난 2014년 출판한 ‘르르주의 요리책’은 홍콩 청핀서점의 건강생활 코너 베스트셀러 '톱10'에 올랐다.
홍콩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생활에 온 그는 집에서 혼자 요리해먹는 걸 즐겼다. 심심풀이로 SNS에 올린 각종 요리 레시피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몇 달만에 5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유명인이 됐다. 그러다가 2012년 요리 동영상 사이트 르르주를 만든 데 이어 2013년 다니던 회사에도 사표를 던지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쿡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집에서 손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처음엔 사진과 함께 간단한 요리 레시피를 사이트에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13년부터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요리 레시피를 3~5분짜리 생동감 있는 동영상으로도 제작했다.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2014년 50%에 달했던 동영상 비중을 지난 해엔 100%까지 늘렸다. 현재 르르주에서는 매달 평균 120~150개씩 요리 동영상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르르주는 단순한 요리 레시피 동영상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식자재 선택과 손질에서부터 요리 플레이팅까지, 요리 기초 상식을 알려주는 ‘요리입문 101’, 유명 스타들을 초청해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보는 ‘아이 플러스 주방’, 각국을 여행하며 현지 요리를 접하는 ‘여행 플러스 요리’, 중국 유명 세프들의 요리 레시피를 알아보는 ‘스타 쉐프의 요리’ 코너까지 다채로운 컨텐츠도 자랑한다.
르르주는 각종 광고협찬도 받으며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식자재에서부터 조미료, 주방도구 기업들은 르르주가 공략하고 있는 광고주다. ‘100년 전통’의 중국 조미료업체 '리진지(李錦記)'와 협력한 게 대표적이다. 리진지에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이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한다. 물론 전체 동영상 중 광고동영상 비중은 25%로 통제하고 있다. 요리 동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관련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연구개발 중에 있다.
르르주 브랜드를 내걸고 파는 XO소스, 식자재 포장세트 등의 제품도 웹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모두 홍콩 식품생산업체에서 가공한 것들이다. 다만 식품 신선도 유지, 배송망 확대 등은 향후 대량 판매를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다.
주자잉은 올 3월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르르주를 아예 요리주방 브랜드로 발전시킬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동영상 레시피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르르주 브랜드의 주방용품으로 르르주 브랜드에서 공급한 식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게 그의 꿈이다.
주자잉의 야심찬 포부에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3600만 위안의 A급 투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얼마 전 팀 쿡 애플 CEO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유명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났을 때에도 유일한 여성 기업인으로 함께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