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기업 수익성을 갉아먹을 초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레고랜드 사태 때 기록한 전고점(1444.2원)까지 뛰어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연준의 매파적 입장 표명이 도화선이 됐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과 같이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며 원화 약세를 초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선을 웃돌았다. 2022년 11월 11일(108.44)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초기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우려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금리 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며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고환율은 기업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달러로 결제하는 일부 수출 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비 증가 등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산업은 원재료 비중이 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비용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 압박을 준다"며 "고환율이 고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650억 달러로 늘리기로 발표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양 기관이 외환 스와프를 맺게 되면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를 한국은행이 흡수해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