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대는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다. 지난해 국내 유료방송사와 벌인 주문형비디오(VOD) 가격 인상 협상에서 승리를 거둔 지상파가 이번에는 지역 SO와 재전송료(CPS) 인상을 두고 맞붙었다.
지역 SO는 지상파 광고 중단을 예고하며 초강수를 뒀지만 허무하게 물러섰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양측은 1월말까지로 협상 시한을 정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협상시한인 1월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또다시 VOD 공급 중단 및 광고 송출 중단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보란 듯이 빗나간 지역 SO의 카운터펀치를 보며 이번 싸움도 결국 지상파가 이길 것으로 점쳐진다.
지상파는 지난해 700MHz 황금주파수를 내 건 한 판 싸움에서도 이동통신사업자를 압도했다.
지난해 4월 방통위가 의결한 광고총량제 역시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매출을 올리기 위한 지상파 편향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전연승을 기록 중인 지상파는 다채널서비스(MMS)를 통해 승자독식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현재 EBS에 한해서만 지상파 MMS 도입을 추진한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MMS 도입에 관한 지상파 의지가 워낙 강해 지상파 MMS 도입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MMS가 전면 허용되면 KBS 등 지상파 3사 채널은 4개에서 8개로 늘어나고, 지역 MBC와 민방까지 합치면 지금보다 최대 64개 채널이 증가할 전망인데, 이 경우 지상파 3사의 간접 광고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상파 독과점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유료방송 재전송료 분쟁, 통신 주파수 편법 할당 의혹, MMS와 광고총량제 혜택 의혹에 이르기까지 지상파의 독식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케이블방송사 임원은 "지상파와 법적 소송을 진행하느라 정상 업무는 손도 못 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지상파와 개별SO들은 10여건에 이르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의 ‘지상파에 의한 지상파를 위한’ 시장 독식은 비단 관련 업계만의 고민은 아니다. 최근 벌어진 ‘지상파 VOD 제공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상파는 국가의 공적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공적 플랫폼으로 시청자 권익보호와 문화향상, 공공복리 증진에 앞장서야 한다. 더욱이 지상파는 업계 상생을 이끌어야 할 맏형이 아니던가.
지상파가 승부에만 집착해 시청자를 등지고 상생을 외면한다면 승자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지상파의 도를 넘어선 독식을 바꿀 새로운 게임의 룰이 절실하다. 과연 누가 나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