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15일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을 직권상정하겠고 밝힌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테러방지법을 먼저 직권상정하거나 선거법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보도를 보니 정 의장이 선거법만 직권상정하겠다고 했다"며 "'그건 안되겠다'는 답답한 생각에 정 의장에 전화를 드리고 찾아 뵈었다"고 말했다.
현 수석은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안도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현재 야당은 선거법이 처리되고 나면 기타 법안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에 대비하는 노동개혁법과 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법, 국민 안전에 필요한 테러방지법을 외면하시고 선거법만 처리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수석은 "(정 의장께서) 굳이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면 국민이 원하는 법을 먼저 통과시켜 주시고, 그리고 나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이 힘들다면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 수석은 더 나아가 “(정 의장이)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10분간 (본회의를) 정회하면서까지 중재 노력을 했지 않느냐. 그런 노력을 더 했으면 좋겠다”며 “오늘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의장 방에서 못 나가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국민은 보고 싶어하고, 결과물이 맺어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간곡히, 정중히 말씀을 올렸다”고 밝혔다.
현 수석은 이날 오전 정 의장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에 앞서 10시 55분부터 20여분간 정 의장과 면담한 뒤 11시 15분경 의장 집무실을 나왔다고 전했다.
현 수석은 이같은 건의에 대해 정 의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야당의 입장 등을 고려해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그동안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에 대한 직접적인 요청을 자제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청이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현 수석은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씀하신 것들을 보면 답답함과 절박함이 묻어 있기 때문에 비서로서 몸 둘 바를 몰랐고, 답답해하던 차에 (정 의장이) 선거법만 직권상정하고 나머지 법안은 안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직접 찾아가게 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만나 쟁점법안 처리를 호소할 가능성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난 횟수나 국회에 방문한 횟수 등을 종합하면 답이 나온다. 절대로 (야당 대표를) 적게 만난 것이 결코 아니다”며 “지금 상황에서 야당 지도부를 불러 만나자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되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