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정부가 의료기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활성화와 함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시민단체에선 이 법이 의료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3일 본회의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으로 불리던 법안을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으로 변경해 통과시켰다.
새법을 보면 병원이 해외에 진출할 때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지원 확대로 작년까지 총 125곳이던 해외 진출 병원이 2017년에는 160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병원들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면세점, 공항, 항만 등에 제한적으로 의료광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좋은 기관은 각종 혜택을 받고, 외국인 환자는 자국에서 화상통신 등으로 상담·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병원에는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불법 브로커와 거래하지 못하게 하고, 배상책임보험 등의 가입을 의무화했다.
법 시행으로 2014년 27만명이던 외국인 환자 수가 2017년엔 50만명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의료통역사·의료코디네이터·국제간호사 등 새로운 일자리와 관광업, 제약·의료기기 업계, 항공업, 교통·숙박업, 건설업 등 관련 업계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연간 최대 5만개까지 생길 것으로 복지부는 추산했다.
국내 병원 해외 진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따른 부가가치는 연간 최대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복지부는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한 후 관련 의료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법적인 근거나 지원책이 미비해 불법 브로커나 의료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외국인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의료기관 운영도 더욱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보험사가 환자 유치에 직접 뛰어들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지난 4월 삭제됐다"며 "쟁점 조항은 사라지고 의료기관을 위한 안전장치나 지원 근거만 담겨 시민단체에서도 찬성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병원에 광고를 허용하고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병원에 상업적인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도 "독소조항을 제외했다고 여야가 입을 모으지만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진출, 이에 대한 세제 지원 등 각종 영리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이라는 법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다양한 꼼수로 의료기관의 영리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며 "공공의료기관은 적자로 문을 닫는데 영리병원에 국가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