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你的梦想实现了(당신의 드림이 이루어집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2호선 강남역. 두 곳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하철 역사부터 지상으로 통하는 출구까지, 한자가 병기된 성형외과 광고들이 빼곡하다. 거리로 나오면 중국어 입간판과 건물 외벽에서 24시간 재생되는 중국어 광고로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성형 한류의 최전방, 강남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을 이용하는 악덕 브로커들은 외국인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망치는 주범이다. 현재 중국에서 불고 있는 성형의료와 관련된 혐한 여론을 방치한다면 대만이나 태국 등 주변국에게 의료관광객을 다 놓칠 수도 있다.
불법 브로커가 활개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성형외과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 환자가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불법 브로커를 통해서라도 '큰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유치하려는 병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브로커가 병원의 갑(甲)이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불법 브로커들은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수료 협상을 벌인다. 가장 높은 수수료를 주겠다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낸다. 일반적으로 브로커가 받는 수수료는 30% 정도다. 하지만 불법 브로커는 50% 이상을 받는다. 수술비의 90%를 챙기는 브로커도 있다.
문제는 불법 브로커는 폭리를 취하는 데 급급해 환자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브로커는 책임이 없다며 환자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 올해 6월에는 100명이 넘는 성형 불법브로커가 적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0회에 걸쳐 서울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소개했다. 수수료 명목으로 2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수수료는 수술비의 30~5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성형 박람회' 형식의 행사를 개최하고 의료 관광객들에게 실제 수술비보다 5~10배를 부풀려 받았다. 또 일부는 의사자격증이 없음에도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무면허 의료 행위도 해왔다.
최근에는 서울 명동에서 중국 여성들이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한국에서 안면윤곽, 가슴확대 등 성형수술을 받고 신체감각 마비, 얼굴비대칭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늘면거 의료사고나 사기 등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 중국인 환자는 5명(2012년)→12명(2013년)→18명(2014년)으로 늘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에서도 문제를 확대하고 나섰다. 중국 CCTV는 올 초 중국인 여성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에서의 성형피해 사례와 불법 브로커 실태 등을 잇달아 보도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이달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는 국내 의료기관이 불법 브로커와 거래하거나 과도한 수수료 지급하는 것은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국내의료관광 부작용이 계속되면서 양국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