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패러디, 단순 재미 vs 외교적 결례

2015-11-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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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워드 페이스북 ]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 위원장이 패러디가 가장 많이 되는 세계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김정은을 흉내내는 두 명의 인물이 주목 받고 있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전부터 온라인에는 김정은을 패러디하는 각종 사진과 영상으로 넘쳐났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나 캐릭터 스펀지밥의 머리를 김정은의 헤어스타일로 바꾼 사진부터 김정은과 오바마가 함께 춤추는 동영상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가짜 김정은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인 하워드는 지난 2013년 만우절에 김정은처럼 머리를 자른 뒤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2주 후 그는 이스라엘 햄버거 회사로부터 광고 제의를 받았다. 광고는 김정은이 햄버거를 먹은 뒤 이스라엘 폭격 계획을 포기하는 내용이었다.

광고가 방영되자 그의 인기도 치솟았다. BBC, CNN,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이 하워드의 사연을 기사로 다뤘다. 최근에는 인기 덕분에 그래미어워즈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자신은 '김정은 모방'을 상업적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활동이 북한의 정치 상황과 인권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홍콩 우산혁명에 참여한 하워드, 하워드 페이스북]


한 예로, 그는 지난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때, 김정은의 모습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중국 정부가 바꾸려는 홍콩의 선거 시스템은 “북한이나 이란의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탈북자 인권단체 창립식에 등장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의 북한 영사관은 그의 행동에 유감을 표했다.

김정은을 흉내내는 또 다른 인물은 미국 일리노이주 대학에서 국제 경영학을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민영씨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에서 온라인 광고를 찍은 뒤 ‘홍대 김정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김민영씨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10초 동안이라고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 김민용씨가 출연한 온라인 광고 ]


그러나 일각은 이러한 김정은 따라하기에 우려를 제기한다. 탈북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북한의 자유’ 일리노이대학 지부장인 케빈 국은 “김민용 씨의 흉내가 20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의 참혹한 실상을 둔감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이를 희화화할 뿐”이라며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은 희화화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김정은 패러디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직후 중국 관영언론사인 영문 뉴스사이트 글로벌 타임스는 누리꾼이 김정은 조롱을 그만둬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이후 중국 소셜 미디어와 검색 엔진은 '김씨네 뚱보 3세' 등 김정은 패러디물을 검열해 일부 콘텐츠와 검색어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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