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4분기도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장세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매출 확대와 기존 IT 품목에 대한 견조한 수요 증가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에 최근 '반도체 겨울론'에 휩싸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따뜻한 겨울'이 기대된다.
29일 한국무역협회(무협·KITA)가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보고서'에 따르면 중화학공업에 속한 반도체의 품목별 EBSI는 135.2로 지난해 4분기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고성능 메모리인 HBM은 기존 D램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범용 제품인 DDR5 대비 약 5배나 높다. 현재 반도체 수출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훈풍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25일 발표한 깜짝실적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업계에서는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장이 두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D램 시장 내 수익성 측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매년 HBM 수요가 늘 것이란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 수요 성장률은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 내 HBM 비중과 판매 가격도 당분간 오를 전망이다. 시장 가치(매출) 측면에서 HBM이 전체 D램 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1%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HBM 판매단가는 내년에 5~10%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5세대 최신 제품인 12단 HBM3E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생산 능력을 확충해 HBM3E 판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단 HBM3E는 올해 3분기 내 양산할 계획이며, 12단 제품도 하반기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세계 최초로 12단 HBM3E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며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4분기 대량 생산을 앞둔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상반기, 12단 HBM32 공급량이 8단을 넘어설 것이다"며 "내년 캐파(생산능력)와 관련해 고객사와 협의가 완료됐으며 올해보다 2배 이상 출하량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다"며 "이 외에 모바일과 스토리지로 응용처가 늘어나는 추세다"며 호실적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