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에 대항할 '백기사(우호지분)'를 확대하기 위해 10월 중순 미국으로 가 투자자들을 만난다. 지분과 자본력 모두 MBK-영풍에 밀리고 있는 최 회장이 미국 PEF(사모펀드)를 백기사로 확보함으로써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표 대결에서 우위에 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0월 1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대외적으로 이번 출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 회장 자녀 '페어런츠데이(학부모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 페어런츠데이에 참석하는 데 이어 미국계 대형 PEF 등과 접촉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과 우호지분 결집을 시도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낮은 최 회장에게 우호지분 결집은 경영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율이 33%에 달하는 최대주주인 반면 최 회장 일가 지분율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호지분 18%의 도움으로 최 회장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낮은 지분율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최 회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만약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우호지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추후 주주총회 등에서 사모펀드 등과 표 대결에서 밀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사모펀드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무적 투자자(FI)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단기적으로는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을 지키면서 장기적으로는 MBK-영풍을 비롯해 다른 사모펀드의 지속적인 경영권 확보 시도를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우호지분만 결집해도 MBK-영풍이 임시 주총을 열고 최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해임을 시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FI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당 75만원을 제시한 MBK-영풍 측보다 더 높은 가격에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 향후 지분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항 공개매수는 늦어도 MBK-영풍 공개매수가 끝나는 10월 4일의 1거래일 전인 10월 2일까지 선언해야 한다. 2일에 대항 공개매수를 공개하려면 1거래일 전인 9월 30일에는 공개매수 자금 중 자기자본을 예치하고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최 회장 측이 자금 마련을 위해 접촉할 만한 사모펀드 운용사로는 베인캐피털, KKR 등 대규모 자본을 갖춘 미국계 글로벌 PEF 운용사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베인캐피털은 최근 고려아연 건이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KKR이 백기사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KKR에선 바이아웃 펀드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아웃 펀드는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투자하는 만큼 만약 KKR 측 도움을 받는다면 최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놔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대항 공개매수 등으로 최 회장과 우호지분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MBK-영풍과 비슷해지면 양측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주총과 이사회에서 지속해서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주총과 이사회 표 대결을 고려해 최 회장은 세인트폴 동문을 중심으로 한 '재계 우군' 결집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우군으로는 한화와 효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 모두 최 회장과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려아연과 사업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재계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실제 대항 공개매수와 주총 등 과정에서 어떤 지원책을 들고 나올지는 미지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미국 출장과 관련해 "개인 일정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