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창의적 인재가 창조경제다

2015-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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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바르미쯔바’(Bar Mitzvah)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유대인 남자의 성인식이다. 만13세에 열린다. 우리로 치면 중학생을 어른 대접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형식적으로 만19세에 성인식을 치루지만 실질적으로는 30대 캥거루족들이 허다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유대인 성인의 자격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대교에 대한 이해다. 자기 나름의 종교적 식견을 갖춰야 한다. 성인식 당일 주인공은 두루마리로 된 토라를 펼쳐놓고 선지서의 한 부분을 히브리어로 소리 내어 읽는다. 바로 이어서 주인공의 부모가 역시 히브리어로 유대인 경전 '토라'를 읽는데, 이러한 절차는 아이가 더 이상 종교적으로 부모에게 예속 되지 않는 독립적인 종교인이면서 유대인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성인식을 치르기 전 1년 동안 주인공들은 모세5경을 집중적으로 읽고 외우며 공부하면서 하나님의 율법을 무의식중에 읊조릴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견해를 담아 주석을 달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갖춰야 한다. 성인식 1년 전에 집중교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전인 만3세가 되었을 때부터 유대교 경전 ‘토라’를 읽고 토론하는데 참여하게 된다. 밥상머리 교육이다.

유대인 성인이 되었을 때 배우는 또 다른 교육은 금융교육이다.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친척들이 축하금을 주는데, 미국의 유대인 중산층 자녀인 경우 5만 달러 안팎의 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 돈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를 궁리하게 되고, 참신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되기도 한다. 유대인의 금융 아이큐가 높은 배경이다.

성인이 되기 위한 종교 교육과 금융 교육에 이어 추가되는 것이 세상 교육이다. 성인식을 어렵게 통과하면 혼자 여행을 하도록 보내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세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푸는데 쓸모가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돈에 밝고 종교와 전통을 알고 자기 나름의 식견과 지혜를 갖춘 유대인 1,400만 명이 세계 각국에 살고 있으며, 세계 경제와 금융, 정치를 주무르고 있다. 그들이 바로 아인슈타인, 에디슨, 록펠러, 찰리 채플린, 헨리 키신저,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 등이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어떤가? 교실은 활기찬가? 아이들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너도나도 손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가? 우리들 가정에서는 유대인들이 하듯이 만3세가 되면 ‘토라’와 ‘탈무드’에 담긴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가?

이 정부에서는 창조경제가 화두다. 그런데 도대체 창조경제의 내용과 실체가 뭐냐?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풀어쓴다면,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창업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많이 육성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기본이다. 창의적 인재가 많아야 창업할 아이템이 많아지고, 여기에 창업 환경만 갖춰지면 창조경제는 저절로 자리잡을 것이다.

창의적 인재가 육성되려면 먼저,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는 게 아니라 사랑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는 수업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둘째, 교실 풍경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재미있어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교실 풍경은 어떠한가?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선행 학습하느라 지쳐서 정작 학교 수업시간에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을 자고 있다. 수준별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수업이 너무 어려운 아이들과 너무 쉬운 아이들은 딴 짓을 하게 마련이다. 소수의 학생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선생님도 수업이 재미없고 피곤하기만 하다. 셋째, 교육 환경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선생님들의 숫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수준별 수업을 하려면 국어, 수학, 과학, 영어 등의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채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수업에 교사가 2명 들어가는 ‘팀티칭’(team teaching)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단에서 수업을 주도하는 교사가 있지만, 학생들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손을 든 아이들의 질문을 즉석에서 해결해 주는 보조교사가 함께 팀을 이뤄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재 발전단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녹색성장과 창조경제가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정부의 이념이나 색깔과 무관하게 10년, 20년 계속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녹색성장’이란 단어는 쑥 들어가 버렸다. 창조경제란 용어 역시 2018년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여전히 환영받았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열심히 다른 선진국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하고 따라잡기만 하면 경제가 발전했던 단계를 지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창조적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운 단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중진국을 벗어나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경제에 절실한 것은 모방력이 아니라 창조력이다. 지금 창조경제가 마땅하고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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