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작은 경제, 큰 복지

2015-09-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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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이 엊그제 발표되었다. 38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100일 정도의 국회 심사와 수정을 거쳐 12월 초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정부 예산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단히 ‘확장적’이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33.4조원보다 내년도에는 더 커진 37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2.1%였다면 내년에는 -2.3%로 조금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적자가 커지다 보니,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증가하여 40.1%를 기록할 전망이다.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들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나라에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것은 재정의 본연의 역할이다. 국내외 환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내년에 정부가 확장적 예산을 편성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제대로 활용되느냐다. 대규모 적자를 무릎 쓰고 편성된 예산이 내년 우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기회복의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활용되어야 한다.
두 번째 특징은 ‘복지’ 예산의 증가율과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내년도 복지예산은 123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2%에 달하며, 증가율도 6.2%로서 전체 예산의 증가율 3%보다 2배 이상 높다. 복지 예산 가운데 일자리 관련 예산이 15.8조원에 달하며 증가율도 12.8%로 가장 높다. 특히, 청년고용 관련 예산의 증가율은 21%에 달한다. 실업급여를 실직 전 급여의 50%에서 60%로 지급률을 높였으며, 수급기간도 최대 8개월에서 9개월로 1달 늘렸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예산에 많은 비중을 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고용과 관련된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튼튼히 만드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실업자 관련 정책과 예산이 미흡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시스템을 만들고 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 복지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보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다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세 번째 특징은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6%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감소율이 가장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는 엄청난 속도로 개선되었으며, 전국 어느 곳이나 빠르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곡선 도로를 직선화하여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될 정도다. 산허리를 잘라 보기 흉한 터널을 뚫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도로나 철도를 건설함에 있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의 연구개발을 도와주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산업’ 관련 예산도 2% 감소했다. 그동안 소위 눈먼 돈이라고 불렸던 예산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는 그것이 설비투자든 연구개발투자든 기업의 책임 하에 기업의 자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도덕적 해이 등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들에게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보다 불요불급한 규제를 풀어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제 관련 예산의 비중은 그동안 감소해 왔지만 아직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위와 같은 내년도 예산의 특징들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작은 경제, 큰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고, 경제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7위로 덩치가 커진 한국경제에 있어서 기업과 관련되는 예산이나 토목ㆍ건설과 관련되는 예산의 우선순위는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복지 예산의 우선순위는 계속 올라가고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세는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중단하기 어렵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복지 예산 내부의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따져봐야 할 것은 과연 이 복지 예산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느냐이다.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실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소득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인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최적의 상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감시자가 되어,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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