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정부 예산안이 엊그제 발표되었다. 38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100일 정도의 국회 심사와 수정을 거쳐 12월 초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정부 예산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단히 ‘확장적’이다.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33.4조원보다 내년도에는 더 커진 37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2.1%였다면 내년에는 -2.3%로 조금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적자가 커지다 보니,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증가하여 40.1%를 기록할 전망이다.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들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나라에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것은 재정의 본연의 역할이다. 국내외 환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내년에 정부가 확장적 예산을 편성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제대로 활용되느냐다. 대규모 적자를 무릎 쓰고 편성된 예산이 내년 우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기회복의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활용되어야 한다.
세 번째 특징은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6%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감소율이 가장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는 엄청난 속도로 개선되었으며, 전국 어느 곳이나 빠르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곡선 도로를 직선화하여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될 정도다. 산허리를 잘라 보기 흉한 터널을 뚫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도로나 철도를 건설함에 있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의 연구개발을 도와주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산업’ 관련 예산도 2% 감소했다. 그동안 소위 눈먼 돈이라고 불렸던 예산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는 그것이 설비투자든 연구개발투자든 기업의 책임 하에 기업의 자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도덕적 해이 등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들에게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보다 불요불급한 규제를 풀어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제 관련 예산의 비중은 그동안 감소해 왔지만 아직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위와 같은 내년도 예산의 특징들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작은 경제, 큰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고, 경제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7위로 덩치가 커진 한국경제에 있어서 기업과 관련되는 예산이나 토목ㆍ건설과 관련되는 예산의 우선순위는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복지 예산의 우선순위는 계속 올라가고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세는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중단하기 어렵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복지 예산 내부의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따져봐야 할 것은 과연 이 복지 예산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느냐이다.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실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소득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인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최적의 상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감시자가 되어,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