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경제. 2009년에 나온 책의 제목이다. 작년 말 정년 퇴임한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명저 중 하나다. 이 교수는 당시 한국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라는 구절은 2015년 9월 현재도 유효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책임졌던 중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리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한꺼번에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아베노믹스와 엔화 약세를 밀어붙이면서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증가와 경기부진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에서 2%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환경은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게 없다. 그래서 요즘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라는 구절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문제가 있으면 해법도 있다. 문제가 무엇이고, 원인을 알고 있다면 푸는 방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하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노동시장 개혁, 공공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 등 단숨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대부분이다.
어느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한 것이라, 해법도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 저출산의 문제만 해도 일자리, 주택, 보육, 교육, 안전 등 사회 전반적인 다양한 원인들이 얽혀 문제를 푸는 게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제 문제를 우리나라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기업과 산업의 국제경쟁력이라는 것으로 좁혀 생각해 보자.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이 이젠 기술력으로 무장해 우리를 쫓아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일본이 엔화 약세를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소위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의 문제다.
결국 기업이 풀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각종 규제와 인센티브를 조절해 경영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줘야한다. 하지만 이는 보조적이고 부차적이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스스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욱 살리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수밖에 묘책이 없다.
얼마전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와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받은 두 인물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됐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두 분이다. 세계적 기업을 꿈꾸는 기업인이라면 두 분을 열심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리고 두 분을 넘어서야 한다.
‘인재제일’‘기업은 사람이다’는 경영철학으로 삼성은 전자, 반도체, 스마트폰과 같은 소프트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도전정신으로 현대는 무에서 유를 일궈냈고 자동차와 조선 등 중공업 분야에서도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과 현대의 서로 다른 장점을 동시에 갖춘 기업을 만든다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의 장점을 넘어선 기업이 많아진다면 한국경제가 직면한 수요 부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펴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 이름 ’이만열‘) 교수가 우리 기업에 주는 조언을 들어보자.
단기적인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한국 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에 입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함으로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세계 각국의 소비자로부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SK 등 한국 대표 기업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임마누엘(이만열) 교수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의 해답이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