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미움받을 용기

2015-08-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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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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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인들에겐 용기가 필요한가보다. ‘용기’라는 단어로 끝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늙어갈 용기''버텨내는 용기'‘상처받을 용기’'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나와 마주서는 용기’'행복해질 용기'‘미움받을 용기’ 등이다. 이 중 대표작이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주의 심리학을 소개하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다. 이런 ‘용기’ 신드롬의 배경은 무엇인가? 아마도 고령화, 저성장, 청년실업, 조기은퇴 등 감당하기 힘든 시대적 한계를 돌파해내는 방법 중 하나로, 아들러의 키워드 ‘개인적 용기’와 ‘주관적 세계관’이 많은 독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해마다 8월이 되면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다. 언론은 물론 국회에서도 이 세제 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지속되는 불황과 저성장에 시달리는 국민들도 세금에 예민해져 있고, 세제 개편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는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 인상이 논란이 될 모양이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린 법인세를 다시 올리자고 주장하고, 여당에서는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릴 수 없다고 맞선다.

세금을 많이 내면 그만큼 내가 쓸 돈이 줄기 때문에 세금을 순순히 거두어 가기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조세부담률’이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며,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의 비율이 50%에 달한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근로소득 공제를 줄이고, 교육비와 의료비 공제를 줄이는 등 각종 세제 개편의 파급효과는 소위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에게 집중된다.

자영업자는 사업과 관련된 각종 경비로 과세대상 소득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며, 실제 납부한 세금의 소득 대비 부담도 높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의 소득세를 총소득으로 나눈 세금부담은 2012년 기준 3.7%였지만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1%에도 못 미쳤다.

또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옛날에 비해 버거워졌다는 것이다. 10년 전과 20여년 전에 비해 중산층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중산층 가운데 살림살이가 적자인 가구의 비율은 1990년 15.8%에서 최근에는 23.3%로 증가했다.

우리는 받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주는 데에는 인색하다. 하지만 복지 서비스를 늘리려면 세금도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세금과 재정의 원칙이다. 세율은 올리지 않으면서 복지 재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묘수가 아니고 조삼모사다. 세금부담 없이 복지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리면, 세금을 조금 올리고도 불만을 사게 된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의 재상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는 세금 걷는 것을 ‘거위의 털 뽑기’에 비유한 바 있다. 거위가 아파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도록 털을 뽑아야 하듯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도 그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거위들이 아우성이다. 정부가 털 뽑기를 너무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살살 뽑으면서 왜 봉급생활자만 아프게 뽑느냐며 불만이고, 고소득 근로자들 역시 지금도 많이 뽑히고 있는데 더 뽑아간다며 불만이다.

이처럼 ‘거위의 털 뽑기’가 갈수록 어려워짐을 국민 모두가 체험했으니, 각종 선거의 후보자들이 복지 공약을 준비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원칙대로 말하고 소신있게 행동하면 미움받게 돼 있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시대 우리나라 국세청 공무원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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