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중금리 대출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만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단층해소 및 가계부채 질적악화 예방책으로 중금리대출을 주문했지만 '빚 돌려막기' 우려가 큰 데다 연체 및 손실가능에 대한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인터넷뱅킹 대출 실적은 1886건, 4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3.6%, 38.8%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상품이 출시되면서 신청절차가 간소화됐고,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한도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6월 내놓은 '스피드업 직장인 모바일대출' 역시 증가세다. 18일 현재 5587건에 173억원의 대출이 신청됐다. 신한은행은 20일부터 다른 은행의 공인인증서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신한은행 신용대출이 있는 직장인도 신청 가능하도록 대출대상을 늘렸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 계열인 KB저축은행 상품을 연계영업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6월 연 6~20%대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KB착한대출’을 선보여 19일 기준 8300건에 610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3개월 이상 급여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나 이지세이브론을 출시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늘린 까닭은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안정화를 이유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은행 입장에서는 그간 주요고객이 아니었던 중신용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6등급 중급 신용등급자만 1216만명에 달한다. 1~4등급 2604만명(59.9%)보다는 적지만 7등급 이하(523만명·12.0%)보다는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실제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차의 30%가 신규 고객이다.
하지만 대출 부실화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출시했던 중금리대출 상품 '셀렉트론'이 그 예다. 당시 셀렉트론은 잔액이 2조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2013년 부실이 커지면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서울보증보험과 보증계약을 맺은 만큼 대손 우려가 덜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향후 발생할 대손 위험에 노출돼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업권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서민금융을 주문해 시장이 오히려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금리 대출상품의 연체율은 다른 상품보다 높지만 연체금리가 15%로 제한돼있어 금리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금융 접근성 차원에서 중금리 시장을 확대하되,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제2금융권의 균형 발전도 고려해 권역별로 금리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확대에 따라 취약계층의 가계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간편해질 수록 자칫 빚을 내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가계대출의 질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