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부터 골프까지 각종 사안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비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기승전 '불법이민'…바이든 "거짓말" 급급
토론은 경제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의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당시 경제가 “자유 낙하했다”고 주장하며 본인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성과를 부각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바이든 대통령)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고 코로나 이후에 되살아난 것들"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나라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반박했다.특히 둘은 감세안을 두고 대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가 미국 내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해서 정부재정이 줄었다. 정부 부채도 역대 최고였다. 중국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 임기 내 대중국 무역적자는 최저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에서 뒷돈을 받았다. 중국 후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질문에 불법 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며, 토론이 산으로 가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기후 변화를 둔 토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재앙이다. 이민자들만 의료 서비스 혜택을 본다”면서 기후 변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불법 이민 이슈를 꺼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약점으로 통하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州)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로 향해 '중범죄자'…방위비 두고 설전도
둘은 서로를 향해 중범죄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6일 미국은 모든 국가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나, 바이든 취임 후 미국은 전 세계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폭동자들을 ‘애국자’라고 칭했다.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무대에 유일한 중범죄자는 트럼프”라며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폭동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이든 아들이 중범죄자”라며 “바이든은 표적 수사 등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학적 긴장과 관련해 두 후보는 방위비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나토를 탈퇴하려고 했던 점을 거론하며 “우리 힘은 동맹국에서 나온다”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 다른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그들은 이게 전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을 알고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모든 경제 부담을 지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를 제거해야 하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기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같다”며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도 바이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약하기 때문이다”라고 조롱했다.
토론 중 김정은이란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3차 세계 대전에 매우매우 가까워졌고 그(바이든)가 우리를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푸틴(러시아 대통령) 이들 모두 그(바이든)를 존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둘은 고령 논란에서도 각을 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골프공을 50야드 밖으로도 못 칠 것“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골프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기꺼이 골프를 같이 치겠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