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추천·선임 건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마찰을 빚으며 정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선임에 대한 의결이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세 차례나 취소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열린 제40차 방통위 전체회의는 1시간가량이나 늦게 시작된 데다 야당의 참여를 배제한 채 최성준 방통위원장, 허원제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 등 3명만 참석하는 '반쪽짜리 회의'를 진행해 빈축을 샀다.
정쟁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김재홍·고삼석 위원이 방통위 기자실에서 △공영방송 이사 3연임 △정파적 인선 나눠 먹기 △물의를 일으킨 인사 선임 등에 반대 뜻을 명확히 하면서 파행을 빚기 시작했다.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는 방통위가 분야별 대표성을 고려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정하고, 이사회가 9명인 방문진은 방통위가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임하는데 여야 정당이 지분을 나눠 추천한 인사들로 관행적으로 구성돼 왔다. 그간 방통위는 여·야 측 추천 이사 비율을 KBS 7:4, MBC 6:3으로 맞춰온 것이다.
여전히 야당 추천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3대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합의제는 단독제에 비해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고, 행정이 지연되기 쉬우며, 시간이 낭비적일 수도 있다는 단점이 없지 않다.
최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여·야당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 다시 논의해 볼 생각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