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공직선거법(제9조)에 반할 소지가 상당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5일 아주경제의 긴급 전문가 진단에 참여한 법률전문가 4인 중 3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특정했다고 인식할 수 있다는 점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계획적 발언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긴급 전문가 진단에는 △박찬종 변호사(법무법인 이도)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대) △이재교 변호사(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장진영 변호사(법무법인 강호) 등 4인이 참여했다.
◆공선법 제9조 논란…劉 특정 여부가 핵심
핵심 쟁점은 크게 △박 대통령의 발언이 유 원내대표를 특정했는지 여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줘야 할 것”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 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는 대통령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것이 대명제”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이 유 원내대표를 특정했다고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개진의 범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즉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선거법 위반” vs “정치 공세”
이상돈 교수는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것은 ‘낙선’을 의미하고, 모두가 유 원내대표를 특정했다고 인지하지 않느냐”며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범위에 대통령도 포함되는 만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변호사도 “박 대통령이 언급한 ‘여당 원내사령탑’은 ‘유 원내대표’를 얘기하는 것일 테고,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것은 낙선시켜 달라는 것”이라며 “지지운동이든 낙선운동이든 선거운동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반론도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질타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도’라는 조사를 쓰면서 비판의 대상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찍어내기’가 아니라 여의도 전반으로 비판을 일반화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재교 변호사는 “야권이 선거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입장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심판해 달라는 것은 ‘여론으로 질타해 달라는 것’이다. 낙선의 의미가 아니고, 구체성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선거운동은 통상적인 원칙인 ‘네거티브’(금지 조항 이외 모든 것 허용) 방식이 아닌 ‘포지티브’(허용 조항 이외 전부 금지)다. 선거가 혼탁하니까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치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