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숨기고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K씨(44)에 이어 K씨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홍콩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이 된 한국인 남성이 홍콩으로 재입국했다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보건당국의 대처에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홍콩과 한국은 격리대상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구멍 뚫린 정부의 방역 대책에 매서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감염병 격리대상자 기준은 확진자 주변 전후 좌우 3열에 탑승한 사람이다.
반면 홍콩의 경우 의심 환자 좌석이 포함된 열과 전후 2열의 모든 탑승객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한다. 즉 서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A씨는 격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확진자와 동일 비행기에 탑승한 점을 고려해 능동감시 모니터링 대상자로 분류, 매일 2회씩 증상 발현 여부를 감시하고 있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칙(IHR)에도 국제적으로 확립된 밀접접촉자의 기준이 별도로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홍콩행 항공기에서 K씨 주변에 앉아 격리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홍콩 보건당국의 추적 조사 전에 한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1일 한국에서 홍콩으로 다시 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당국에 적발, 격리됐다.
이미 국내 메르스 확진자 1명이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진 상황에서 이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일각에서는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초기 대응은 커녕 2·3차 감염자도 막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 기준을 운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언론 및 홍콩 네티즌들은 "메르스 확진 한국인이 중국에 입국한데 이어 의심자가 또 다시 한국을 출국해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며 "중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되면 한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한다"는 비난을 거세게 쏟아내고 있다.
한편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는 2일 현재 25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